서해교전 사태로 남북 간에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북한이 느닷없이 2002 한일월드컵의 성과를 축하하는 편지를 전달해 왔다. 서해교전이 월드컵 대회 기간 중 벌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우리에게 ‘병 주고 약 주는’ 행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조선축구협회 이광근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정몽준(鄭夢準) 회장 앞으로 서신을 보내 “귀측 대표팀이 17차 세계축구선수권대회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둔 데 대해 축하한다”고 말했다고 평양방송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북한은 이어 1일 판문점 남북연락관 접촉을 통해 같은 내용의 편지를 우리측에 전달했다.
북한의 이 같은 뜻밖의 태도에 대해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북한 중앙방송이 교전 당일인 29일 이후에도 교전의 원인이 남측의 선제공격 때문이라고 억지 주장을 하는 등 대남 비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군부가 아닌 당국자가 우리측에 축하의사를 표현한 것은 일사불란하게 통제되는 북한 시스템으로 볼 때 쉽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판문점을 통해 남측과 접촉하는 것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번 월드컵 축하 메시지엔 남북관계가 지나치게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북한 지도부의 의사가 반영돼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즉, 북한 지도부가 남한에 보내는 일종의 화해제스처라는 것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