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자매인 블랑쉬와 스텔라 역을 맡은양금석(오른쪽)과 전현아
‘과도한 욕망이 부른 파멸.’
테네시 윌리엄스의 리얼리즘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전하는 메시지다.
1947년 뉴욕에서 초연됐고 그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 작품이 6일부터 서울 대학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원로 연출가 권오일(71)의 연극 인생 40년을 기념한 ‘…전차’에서 양금석과 전현아는 욕망 때문에 갈등하는 자매 블랑쉬와 스텔라 역을 맡았다. 이들은 SBS 사극 ‘여인천하’에서 기방 주인인 자운아, 희빈의 몸종 금이로 출연한 바 있지만 연극에서는 첫 만남이다.
“양(금석) 선배는 평소에는 수수한 모습이다가도 연습에 들어가면 어느새 블랑쉬로 변해있어요. 죽을줄 알면서도 맹목적으로 불빛으로 날아드는 ‘나방’같은 여인이죠.”(전현아)
“(전)현아를 세 단어로 말하면 ‘성실’ ‘열심’ ‘책임감’이에요. 인물 분석에 지독하게 매달려 은근히 질투가 난다니까요.”(양금석)
여리디 여린 블랑쉬는 부유하던 집안이 몰락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반면 스텔라는 집을 떠나 힘든 삶에 적응하는 개방적인 여인이다. 문제는 스텔라의 남편 스탠리(강신구). 블랑쉬는 동생 남편의 야성미에 마음을 뺏기지만 가슴 속에 담아두다 결국 파국을 맞는다.
양금석은 요즘 MBC ‘오남매’ 등 TV 드라마 밤샘 촬영을 하느라 시간에 쫓기면서도 항상 ‘연극 무대가 내 자리’라고 믿고 있다. 특히 ‘…전차’의 블랑쉬는 199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맡는 배역이어서 감회가 새롭다. 그는 “10년전에는 멋도 모르고 연기했는데 이제는 무언가 채워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도덕적 가치관 때문에 욕망을 억누르는 블랑쉬에게 동정이 간다”고 말했다.
그러자 전현아는 “스텔라는 너무 안보여도, 그렇다고 두드러져서도 안되는 조연이어서 부담이 많다”고 했다.
이들의 극중 나이 차이는 다섯 살. 실제로는 어떨까. 전현아가 “서른 한 살”이라고 하자 양금석은 “그럼 난 서른여섯”이라며 멋쩍게 웃는다. 1981년 뮤지컬 ‘에비타’로 데뷔해 지금까지 22년째 연기 생활, 마흔이 훌쩍 넘었지만 젊게 사느라 나이를 잊고 산다는 게 양금석의 얘기다.
전현아도 연기 경력이 올해로 10년째인 중견 배우다. 국립 국악고 재학 당시 가야금을 전공해 풍류의 즐거움을 알고, 3년전부터 극단 ‘꼭두’ 대표 겸 ‘종이꽃’ 연출 시나리오 출연을 도맡고 있는 만능 재주꾼이다. 배우인 아버지 전무송씨의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일까.
“아버지요? 별 얘기 안해주세요. 스텔라 연기에 대해 조언을 부탁드리니까 ‘축구 선수 홍명보의 리베로 역할’이라나요. 이번 무대에서 권오일 선생님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는 아버지도 단역으로 깜짝 출연하신답니다.” 17일까지. 평일 오후 7시반, 주말 공휴일 오후 4시반 7시반(첫날 낮공연 없음). 1만5000∼3만원. 02-762-0010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