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구오치지아 교수, 가오치샹 원장, 왕뎬칭 소장(왼쪽부터). - 영주=이권효기자
“이제 유학(儒學)의 본고장은 한국입니다. 중국의 국가발전을 위해 한국 유학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어요.”
중국 베이징(北京) 사회과학원 가오치샹(高起祥·62) 원장과 동방도덕연구소 왕뎬칭(王殿卿·65) 소장 등 중국의 대표적인 인문사회과학 국책연구기관 관계자 8명이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경북 영주와 안동을 찾았다.
이들이 영주와 안동을 찾은 목적은 중국 정부가 최근 들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유교 교육의 모델이 한국이라고 보고 한국의 유학 실태를 알아보기 위한 것.
왕 소장은 “유학의 발상지는 중국이지만 서양식 교육과 문화, 경제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100여년 전부터 유학의 전통이 단절됐다”며 “중국이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의 유학 전통이 지금도 계승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왕 소장 일행은 고려 말 중국에서 유학을 처음 도입한 안향(安珦) 선생을 모신 경북 영주 소수서원과 안동 도산서원 등을 둘러본 뒤 “중국의 추로지향(鄒魯之鄕·공자와 맹자의 고향)에는 생명 없는 유물만 남아 있으나 한국에서는 유학이 한국인의 삶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며 감격해했다.
그는 “안향 선생이 당시 혼란스럽던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중국에서 유학을 수입했는데 지금은 거꾸로 중국이 한국의 유학을 수입해 중국발전의 모델로 삼아야 할 형편”이라며 “현재 중국 정부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험적으로 펴고 있는 유교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한국의 유학전통을 배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왕 소장은 “한국사회에 아직도 ‘사람답게 사는 도리’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중시하는 유교윤리가 살아 있다는 데 큰 자극을 받았다”며 “중국은 최근 들어 경제적 발전이라는 성과는 얻었지만 도덕적 기반을 잃어 국민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오 원장은 “한국이 유교문화를 잘 보존하면서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모습도 눈 여겨 볼 측면”이라며 “뿌리깊은 동양문화의 전통을 한국과 중국이 협력해 발전시킬 수 있도록 중국 정부 차원에서 노력하도록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