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어제 일본 방문 후 귀국성명을 통해 “만약 북한이 또다시 군사력으로 우리에게 피해를 끼치려고 한다면 북한도 아주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며 우리는 그럴 만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한 말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전제한 김 대통령의 그 같은 대북(對北) 경고가 우리의 안보 현실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그동안 현 정권의 햇볕정책과 안보문제는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김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햇볕정책은 굳건한 안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 생생한 예가 지난달 29일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 경비정의 무력도발이다. 말하자면 김 대통령이 강조한 안보는 햇볕정책의 그늘에 가려 많은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안보가 그처럼 확보되지 않은 근본 이유는 햇볕정책에만 지나치게 무게를 두고 남북한의 무력 대치 상황을 가볍게 여긴 데 있다. 그래서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도 선제공격을 하지 말라,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 확전을 해서는 안 된다, 차단기동작전(북한 함정 밀어내기)을 원칙으로 삼아라는 등의 소극적인 대응태세만 강조됐다. 안보를 밑받침으로 한 햇볕정책이 실천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햇볕정책 때문에 안보가 위협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생긴 것이다.
김 대통령은 어제 그 같은 햇볕정책의 ‘그늘 부분’에 대해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햇볕정책에만 매달려 몰입하다 보면 또다시 안보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김 대통령의 대북 경고는 단순한 감정표현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NLL을 침범한 북한 함정에 곧바로 경고-격파사격을 하도록 작전지침을 변경한 것과 같은 실질적인 조치로 연결되어야 한다.
햇볕정책의 ‘그늘’에 가린 안보의 허점은 이 기회에 분명히 보완되어야 한다. 김 대통령의 어제 대북 경고를 주시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