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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사설]순국장병 영결식 '고의 축소' 했다?

입력 | 2002-07-02 18:57:00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장병 4명의 영결식에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국방장관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 많은 국무위원, 군 수뇌부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통령은 월드컵 폐막식에 참석하느라 일본에 체류 중이었고 국무총리와 국방장관 등은 해군참모총장이 장례위원장인 해군장(海軍葬)이어서 불참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의전상 관례라는 것이다.

기가 막힌 노릇이다. 나라를 위해 싸우던 꽃다운 젊은이들이 불귀(不歸)의 객(客)이 됐거늘 그 마지막 가는 길에 정부와 군의 지도급 인사들이 의전상 관례를 지키느라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다니 이러고서도 군인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고 할 것인가. 그렇게 말하려면 국가가 먼저 그들의 죽음을 더욱 값지게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사망장병의 빈소와 부상장병의 병실을 찾았어야 했다. 총리와 국방장관은 영결식에 참석해 순국장병의 영혼과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해야 했다. 이는 나라가 나라답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정부가 이번 순국장병 영결식을 고의로 축소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국방부의 비협조로 당 지도부가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희생자 장례식을 3일장으로 서둘러 연휴기간 중에 끝낸 점이나 국방부가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국군수도병원 외에 별도 분향소를 마련하지 않아 일반국민이 조의나마 표할 수 없게 한 점 등도 석연치 않다.

일부 유족들의 말처럼 남북 관계의 파장을 고려해 전사한 장병들의 영결식마저 소홀히 한 것이 아니라면 정부는 의혹이 더 불거지기 전에 전후 사정을 소상히 해명해야 한다. 아울러 전사 장병에 대한 보상금도 그들의 고귀한 죽음에 걸맞은 수준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 이는 순국장병과 유가족에 대한 국가의 도리다. 월드컵 축제보다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