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내가 뛴 월드컵]선수단숙소 지원팀

입력 | 2002-07-02 18:57:00

왼쪽부터 김철규 신재훈 조용일씨.


“폴란드팀이 월드컵 첫 경기에서 한국팀에 패한 뒤 숙소로 돌아왔을 때 괜히 미안하더라고요.”

폴란드 축구 국가대표팀 50명이 5월23일부터 6월16일까지 25일 동안 머무른 대전 유성구 봉명동 삼성화재연수원에서 이들 선수단을 뒷바라지한 ‘폴스카 3인방’의 말이다.

조용일 지원팀장(39)과 김철규 대리(35), 신재훈 조리실장(35)이 그들. 정성을 다해 폴란드팀의 숙식과 안내 등을 도와줘 주변 동료들이 ‘연수원 내 폴란드인 세 사람’이란 뜻으로 ‘폴스카 3인방’이란 별칭을 붙여줬다.

☞ 내가 뛴 월드컵 연재보기

연수원 소속인 조 팀장 등은 1월 계룡산 자락 도덕봉 밑에 자리잡은 자신들의 연수원이 폴란드팀의 캠프로 결정되자 직접 바르샤바로 날아갔다. 캠프 운영과 숙식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귀국 후에도 이들은 폴란드팀 관계자와 계속 e메일을 주고받으며 준비했고 주한 폴란드 대사관 직원을 초빙해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연수원 상주 직원 70명의 명찰 뒤에 ‘진도부리(안녕하세요)’, ‘스마츠네고(맛있게 드세요)’ 등 간단한 폴란드어를 적어 폴란드 선수들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도록 교육했다.

조리실장 신씨는 폴란드팀 전담 요리사가 있었지만 그들이 좋아하는 향신료와 야채, 생선, 고기류 등 재료를 모두 국내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어깨가 더욱 무거웠다. 신씨는 선수들이 건강에 탈이 나지 않도록 재료 하나 하나를 산하 식품검사소에 검사를 의뢰하고 특히 물에 신경을 썼다.

“조예선 2차전에서 포르투갈에 0-4로 패해 사실상 16강 진출이 좌절된 뒤 선수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숙소에 돌아왔을 때는 차마 쳐다볼 수 없더라고요.”

이들은 밤새워 보드카를 비우는 선수들을 위해 안주를 나르며 함께 슬퍼했다. 이에 예지 엥겔 감독은 “미국전에서 반드시 이겨 한국인의 정성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실제로 폴란드는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를 가르는 14일 오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미국과의 경기에서 경기 시작 4분만에 2골을 터뜨려 한국인들을 즐겁게 했다.

조 팀장 등은 “폴란드팀이 한국과 함께 16강에 오르길 간절히 기대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웠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