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나가나' - 연평도=원대연기자
서해교전 나흘째인 2일 오후 1시경 연평어장에 대한 조업금지 조치가 해제됐지만 서해상에 낀 짙은 안개로 꽃게잡이 어선의 출항이 또 다시 금지되면서 어민들은 깊은 시름에 빠졌다.
연평도 어민 70여명은 이날 오전 6시경 당섬부두에 나가 출어준비를 했으나 낮 12시30분경 연평도 앞바다에 낀 안개로 배를 띄울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는 바다를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예년에 비해 꽃게 어획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데다 꽃게잡이를 위해 연평어장에 쳐 놓은 어망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현재 연평도 어장에 꽃게잡이를 위해 쳐 놓은 그물은 모두 1120틀(총 길이 200여㎞)로 어구 가격만도 70억원에 달한다.
경주호 선주 김귀진씨(55)는 “지난해에는 3, 4월 두달간 4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지만 올해는 400만원도 못 벌었다”며 “60척에 달하는 연평도 꽃게잡이배 대부분이 같은 상황이겠지만 교전으로 인해 출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어민들은 그물에 걸려 있는 꽃게를 걷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꽃게가 썩는 것은 물론 조류와 염분으로 인해 바다에 쳐 놓은 그물도 점차 훼손되어 간다며 걱정하고 있다.
연평도의 경제를 좌우하는 꽃게잡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됨에 따라 연평도 상권 자체가 침체, 상가의 30∼40%도 개점휴업에 처해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한숙씨(42)는 “꽃게가 많이 나면 어민들의 씀씀이가 좋아져 덩달아 식당도 장사가 잘 되는 데 요즘은 종업원 인건비 건지기도 벅차다”고 하소연했다.
안강훈씨(44)는 “선령이 오래된 선박을 폐선시키고 올 5월 빚을 내 중고로 배를 장만했는데 어황이 좋지 않은 데다 교전까지 벌어져 앞으로 어떻게 빚을 갚을지 대책이 서지 않는다”며 “다른 선주들도 평균 2억∼3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꽃게잡이가 끝나면 선원들과 인건비를 어떻게 계산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 옹진군 덕적면, 대청도 강화지역 소속 어선들은 조업 중단 나흘만인 이날 일제히 조업에 나섰다.
옹진군 덕적면 소속 4∼5t급 어선 80여척은 이날 오전 5시경 출어를 시작해 덕적서방해역에서 조업했다.
인근 대청도 어선 54척도 출어에 나섰으며 강화군 주문도와 불음도 지역 어선 74척도 만리도어장에서 고기잡이를 시작했다.
해양경찰청은 이들 어선의 안전을 위해 덕적도 해상과 강화 만도리어장 등에 4척의 경비함정을 배치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