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돈 선거자금 불법지원 사건’의 변호인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은 2일 이 사건 공판에서 결심을 강행하려는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박용규·朴龍奎 부장판사)를 상대로 재판장 기피신청을 냈다.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이날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의원과 김기섭(金己燮) 전 국가안전기획부 운영차장에 대한 심리를 마무리짓고 검찰 구형절차 등을 진행하려 하자 “재판부가 독단적으로 불공정한 재판을 하고 있다”며 기피신청을 낸 뒤 집단퇴장했다. 강 의원 등은 940억여원의 안기부 예산을 한나라당 선거자금으로 불법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재판이 열린 직후부터 2시간가량 “재판부가 결심을 서두르는 것은 생각과는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8·8 재·보선 이후에 심리를 다시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20차례의 공판을 거쳐 판결에 필요한 증거자료가 충분히 갖춰졌다”며 뜻을 바꾸지 않았다.
변호인단의 재판부 기피신청에 따라 법원은 이들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지를 판단, 재판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담당 재판부를 바꿀 수 있으나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나라당 변호인단은 4년가량 진행된 97년 ‘총풍 사건’ 재판에서도 이 재판부를 포함해 5차례나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으나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공방이 계속되자 강 의원에게 “법정에 선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지고 선거자금 출처를 밝혀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명멸(明滅)을 거듭해온 수백개 정당 중에 자금 출처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사무총장은 없었다”며 “사무총장 재직 당시 선거자금 출처를 무덤까지 안고 가겠다는 생각으로 모금한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맞섰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