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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대통령 '그래도 햇볕'…귀국연설서 대북강경 보다 '냉정대응'

입력 | 2002-07-02 19:07: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일 귀국연설에서 서해교전사태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대북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이라는 용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북한군의 기습총격으로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거론을 피했다는 인상을 줬다. 김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 대해 ‘분노’를 표시하면서 한편으로 우리 측의 ‘냉정한 대응’을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먼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리에게 피해를 끼치려 한다면 북측도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며 추가적인 군사도발이 발생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경고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다.

그러면서도 김 대통령은 자신의 말이 아닌 일본 측의 얘기를 빌려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재삼 강조했다.

그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은 우리의 대책을 확고히 지지하는 가운데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가지 않고 대화로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측은) 냉정하게 대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통령이 “미 군사당국의 판단에 따르면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초기에만 한국인 50만명, 미국인 5만명의 희생이 따를 것이라고 했다. 경제도 크게 파괴될 것이다”고 말한 것은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 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

이를 종합해 보면 김 대통령이 이날 정작 말하고자 했던 것은 남북간의 평화정착을 위한 햇볕정책의 지속적 추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1일 재일동포들과의 간담회에서도 “‘햇볕정책은 완전히 끝났다. 다시는 그 방향으로 갈 수 없다’고 보는 사람이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햇볕정책에 대한 소신을 갖고 평화를 지키면서 굳건한 안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의 대북정책도 현재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 중단 논의가 일고 있는 금강산관광을 포함한 남북 민간교류도 ‘안보와 교류는 별개’라는 원칙 하에 그대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