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일 귀국연설에서 서해교전 사태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대북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이라는 용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북한군의 기습총격으로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거론을 피했다는 인상을 줬다.
김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 대해 ‘분노’를 나타내면서 한편으로 우리 측의 ‘냉정한 대응’을 당부했다. 분노의 표시는 북한이 추가적인 군사도발을 감행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메시지였다.
그러면서도 김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재삼 강조했다. 특히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통령이 이날 정작 말하고자 했던 것은 북한에 대한 응징보다는 남북 간의 평화정착을 위한 햇볕정책의 지속적 추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귀국보고에 대해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이번 서해 참사를 발생시킨 근본 원인인 ‘퍼주기식 햇볕정책’의 오류와 문제점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한 채 햇볕정책 지원의 당위성만을 강변하고, 국민 분노에 대한 정확한 상황인식도 없어 한마디로 실망이다”며 “대통령의 인식과 자세의 대전환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당내 ‘서해무력도발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인 강창희(姜昌熙) 최고위원은 “햇볕정책 자체가 무력도발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것을 김 대통령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민련 유운영(柳云永) 대변인 직무대리는 “정부가 북한에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와 방법으로 요구했는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어떠한 도발에도 다시는 이런 손실을 입지 않도록 대비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정치권도 이 같은 노력에 건설적으로 협조해야 옳다”며 “정략적 이유로 안보에 대한 불안을 조성하거나 정부와 국민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처사이다”고 비난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