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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섬 여행지]코발트빛 바다 브루나이 왕국

입력 | 2002-07-03 18:39:00

남중국해변에 들어선 디 엠파이어호텔의 통유리벽 건축물 아트리움[사진=조성하기자]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는 휴식할 때.” 떠나자. 섬으로. 바다와 태양, 비치가 있는 그 절대 여유의 공간으로. 올 여름 ‘휴식’을 휴가의 테마로 삼은 여행자를 위해 아무 생각없이 편히 쉬면서 지낼 수 있는 국내외 아름다운 ‘휴식의 섬’으로 안내한다. 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태양아래 눈부시게 번뜩이는 거대한 모스크(회교사원)의 황금돔과 첨탑, 푸른 창공과 남중국해의 코발트빛 바다를 선홍빛으로 물들이는 석양과 노을, 사막의 피라미드처럼 믿기지 않을 만큼 거대하고 화려한 리조트호텔에서 즐기는 왕궁수준의 품격있는 서비스, 수상가옥에서 태어나 자라고 죽는 ‘캄퐁 아예르’(수상촌)의 수상족, 굳건한 믿음으로 기도하며 경건하게 사는 브루나이 사람들과 만남….

태국 방콕에서 탑승한 항공기가 브루나이 수도인 방가르 세리 베가완의 상공에 도달한 것은 오전 11시반. 남중국해 상공을 비행한지 꼭 두시간 반만이었다. 베라카스 국제공항을 향해 기수를 낮춘 항공기의 창밖으로 베일에 싸였던 왕국의 면모가 드러났다. 푸른 대지에는 깔끔하게 단장된 주택만 보일 뿐 높은 빌딩은 없었다. 그러나 항공기가 선회하자 거대한 건축물이 나타났다. 모스크였다. 수도의 어떤 건물도 이 모스크 보다 높게 지을 수 없는 이 곳.

지상에 내리니 후덥지근한 열대기후가 피부로 느껴졌다. 기온은 28도, 습도는 78%. 카메라를 꺼내니 기내에서 냉장된 탓인지 렌즈에 김이 서렸다. 맑은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아름다운 이곳 사람들. 미소를 담아 눈인사 건네는 아담한 체구의 사람들에게서 평화가 느껴졌다. 그래서 일까. ‘브루나이 다루살렘’이라는 나라이름 자체가 ‘평화가 깃든 곳’이라는 뜻임은….

버스는 중심가를 지났다. 잘 정비된 도로, 깔끔한 거리, 한산한 도시풍경. 복잡하고 붐비는 동남아의 여타 도시와는 전혀 달랐다. 전체 인구는 33만명, 수도에 6만명 밖에 살지 않는 초미니국가 브루나이. 포르셰 BMW 벤츠 렉서스(도요다) 레인지로버 같은 고급차가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석유부국다웠다.

남중국해로 흘러드는 숭아이(현지말로 ‘강’을 뜻함) 브루나이. 수도는 그 하구에 있다. 그 강변에서 희한한 풍경을 보았다. 수상촌인 ‘캄퐁 아예르’다. 배와 배를 잇대고 배에서 사는 캄보디아 마카오의 수상촌과 달리 브루나이 수상촌은 강바닥에 박은 기둥에 지은 집형태다. 16세기초 이 모습을 본 유럽인은 이곳을 ‘동양의 베니스’라고 소개했다.

파란 하늘 아래 번뜩이는 거대한 황금돔. 모스크는 보면 볼수록 기품있고 우아했다. 율법이 곧 법률인 이슬람국가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이 곳. 그래서 모스크는 가장 크고 화려한 건물이다. 목 금요일의 기도 및 준비시간만 제외하면 비회교도들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숙소는 2년전 개장한 초호화 리조트호텔인 ‘디 엠파이어’(★★★★★). 남중국해의 푸른 바다와 하늘이 한눈에 조망되는 멋진 해안가에 있었다. 호텔 해변에 18홀 골프장이 있고 극장 4개에 실내체육관까지 갖췄다. 2000년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각료회의)때는 클린턴 미국대통령, 장쩌민 중국주석, 푸틴 러시아대통령 등 7개국 정상이 묵었다.

‘아트리움’이라 불리는 호텔 본관은 한 면이 유리로 벽을 이룬 건물. 로비에 들어서자 베이지와 황금색 톤의 중후한 실내 분위기에 압도된다. 대리석 바닥은 아라베스크 문양의 모자이크, 모스크의 실내를 닮은 흰 벽과 기둥의 장식은 순금. 화려함의 극치였다. 로비에 놓인 탁자와 테이블은 예술품급이었다. 더 이상 호화로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보르네오의 전통보트인 테무아이를 타고 레인포리스트 밀림의 템부롱강을 거슬러 오르고 있는 정글트레커들. 아마존강 유역의 레인포리스트가 '세계의 허파'라면 템부롱강 주변의 밀림은 '아시아의 허파'라 부를 만하다. [사진=조성하기자]

‘술집 없는’ 브루나이의 밤. 대신 얻는 것도 있다. 나이트 골프다. 시원한 밤에 대낮같이 훤히 밝힌 조명아래서 골프(9홀)를 즐긴다. 제루동 파크도 있다. 디즈니랜드를 닮은 이 테마파크는 새벽 2시까지 문을 연다. 이곳의 ‘춤추는 분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리조트 벨라지오에 있는 분수에 못지 않다. 아무도 없는 한 밤중 나만을 위해 춤추는 분수를 감상하는 기분이란.

이틀 일정은 레인포리스트(열대 우림)를 경험하는 이코투어(생태여행). 아마존강 유역의 레인포리스트를 ‘지구의 허파’라 한다면 보르네오섬의 울루 템부롱 국립공원은 ‘아시아의 허파’라고 부를 만하다. 워터택시로 맹그로브(바닷물에서 자라는 나무)해안을 달려 도착한 방가르에서 사륜구동 지프로 바탕두리로 간 뒤 여기서 ‘테무아이’라는 정글보트를 타고 템부롱강을 거슬러 올라가 레인포리스트 연구센터가 있는 쿠알라 벨라롱으로 갔다.

정글속 7㎞에 가설한 나무계단을 따라 걷는 정글트레킹. 뉴질랜드인 가이드는 난생 처음 보는 열대식물과 넝쿨, 희귀한 나무등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출렁다리도 건너고 ‘숲의 지붕’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설치한 높이 68m의 철제구조물(캐노피 워크웨이)에도 올랐다. 귀로에는 바탕두리까지 템부롱강 17㎞구간을 래프팅하기도 한다.

술도 전혀 마실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여행객은 세관에 신고하면 위스키 두 병(맥주 12캔)까지 들여갈 수 있고 공공장소(식당 등)만 피하면 얼마든지 마실 수도 있다. 별빛 영롱한 남중국해 밤하늘을 바라보며 객실 발코니에서 즐기는 한 잔의 술. ‘금주의 회교왕국’에서 맛본 그 맛이 평소와 같지 않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브루나이 여행. 그것은 관광청이 내건 슬로건 그대로 ‘뜻하지 않게 찾은 보석같은 곳’(A Kingdom of Unexpected Treasure), 딱 그거다.

브루나이〓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The Empire hotel 화보 보기

Ulu Temburong National Park 화보 보기

모스크 왕궁 화보 보기

◆ 여행정보

△해서는 안될 것〓①손가락으로 가리키지 말것(엄지손가락만 사용). ②모스크에 갈 때는 슬리퍼 민소매 미니스커트를 입지 말 것. △통화〓단위는 브루나이 링깃(혹은 달러). 싱가포르달러가 동일가치로 일상거래에서 통용된다. 1브루나이달러〓1싱가포르달러〓705.38 원 △언어〓영어통용. △입국비자〓단기여행자는 필요없다. △기후〓고온다습의 열대몬순. 기온은 24∼31도, 습도는 평균 79%. 최적기는 건기(2∼4월). △여행코스 ①레인포리스트 정글투어〓국토의 70%를 뒤덮은 전인미답의 열대우림 정글속을 ‘테무아이’라고 불리는 전통양식의 모터보트로 헤치고 들어가 울루템부롱 국립공원에서 트레킹을 즐기는 하루일정. ②나이트 투어〓‘현대판 베르사이유궁전’이라고 불릴 만큼 화려한 왕실별궁 폴로클럽의 볼룸에서 연예인의 공연을 관람하며 정찬을 한 뒤 야시장과 제루동파크를 찾는 일정. ③기타〓나이트 골프, 게임피싱(바다낚시), 영화관람(최첨단 음향 및 안락한 시트). △찾아가기〓방콕(타이항공) 싱가포르(싱가포르항공) 타이페이(로얄브루나이항공)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항공)↔반다르 세리 베가완 운항중. 인천/방콕 5시간반, 방콕/반다르 세리 베가완 2시간50분 소요.

브루나이왕국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외래관광객 유치에 나선 숨겨진 관광지. 넷투어(http://nettour.biz)는 로얄브루나이항공의 특별전세기편(인천↔반다르 세리 베가완·직항)을 이용하는 브루나이 패키지(4박5일)를 판매중. 출발은 8월 3일(249만원)과 7일(229만원) 두 차례. 골프(주간·야간라운딩) 정글투어 나이트투어등 이색 테마투어가 모두 포함됐다. 선착순 접수. 02-326-1003

브루나이〓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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