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과 국세청은 수사와 세정을 담당하는 권력의 핵심기관이다.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은 역대 야당이 번번이 국가정보원장 경찰청장과 함께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을 주장할 정도로 그 권한과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사건들을 보면 어떤 정부기관보다도 힘센 두 권력 기관장이 임면권을 쥔 정치권력 쪽에는 한없이 약한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2남 김홍업(金弘業)씨의 친구인 김성환(金盛煥)씨가 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에게 2, 3개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청탁을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김성환씨는 삼보판지 대표 유모씨가 등급이 높은 모범납세자상을 받아 일정기간 세무조사를 면제받게 한 대가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돼 있다. 안 전 청장은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의 동생으로부터 사채업자 세금감면 청탁을 받기도 했다.
정치권력의 보위와 관련된 일에는 공명정대한 세정을 부르짖으며 강한 추진력으로 밀고나갔던 인물이 뒤로 권력 실세들의 세금 감면 부탁은 비굴할 정도로 수용했다. 미국과는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돼 있으므로 부동산 투기의혹이 일자 미국으로 달아나 숨어 있는 안씨를 강제귀국시키는 절차를 서둘러 모든 의혹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신 전 총장은 김성환씨의 부탁을 받고 새한그룹 전 부회장에 대한 수사정보를 흘려주고 심완구(沈完求) 전 울산시장 수뢰사건 수사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제 식구 조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수사의지가 확실하다면 충분히 진상을 밝혀낼 수 있는 사건이라고 본다.
검찰총장이나 국세청장은 수사 및 과세 대상자에게는 생살여탈권에 가까운 권력을 쥐고 있지만 임면권을 가진 쪽에는 취약해 정치권력의 하수인이라는 비판을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공명정대한 검찰 수사와 국세 행정을 정립하기 위해 서둘러 두 권력기관장의 임면제도를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