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서해교전’ 당시 북한 경비정의 기습 공격을 받고 전사하거나 다친 357호 고속정 승조원은 3시간여가 지난 뒤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명 구조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오전 10시 25분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차단 기동에 나섰던 해군 357호 고속정에 갑자기 붉은 섬광이 한 차례 지나갔다. 북한 경비정 1척에서 발사한 85㎜ 함포 3발이 기관실과 조타실, 함미에 명중되면서 정장인 윤영하 소령이 숨지는 등 순식간에 아비규환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즉각 보고되지 않았다. 포격전이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 357호와 같은 편대 소속인 358호 고속정은 채 교전이 끝나기 전인 10시 45분 피격된 고속정 부근에 도착, 육안으로 상황을 파악한 뒤 10시50분 상부에 “357호가 피격당했으나 피해 상황은 경미한 부상자 몇 명이 발생한 정도인 것 같다”는 내용의 최초 피해 보고를 했다.
이 때문에 358호 고속정 등 현장에 출동했던 여타 함정이 상황을 안이하게 파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장의 다른 함정들이 피격 고속정의 인명 피해 상황을 제대로 살펴 보지도 않은 채 예인 작업에만 매달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군 고위관계자들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11시6분 최초의 상황보고는 공군 제6전대에도 전달됐다. 요란한 비상벨과 함께 HH60 헬기가 먼저 연평도 현장으로 출동했다.
뒤이어 11시46분에 HH47 헬기도 서둘러 현장으로 출동하라는 추가 명령이 하달됐다. 357호 고속정의 인명피해가 심각하다는 보고가 그때서야 전해진 것.
두 헬기에는 응급 처치기구 등과 함께 적의 레이더 탐지를 방해할 수 있는 장비와 함께 만일의 교전 사태에 대비, 기관총과 탄약도 장착됐다.
비행은 적의 대공미사일과 대공포 공격 등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저고도를 유지해야 했다. 두 헬기가 연평도에 도착한 것은 낮 12시 16분과 40분. 다른 함정에 옮겨져 피투성이가 된 사상자들을 태운 헬기가 오후 2시1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해서야 3시간에 걸친 긴장의 구조작업은 막을 내렸다.
이날 헬기를 조종한 정두희 소령은 “포탄 파편으로 피범벅이 된 채 비명을 지르는 중환자들에게 링거를 꽂는 손이 떨렸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