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영한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만난 이탈리아의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다미아니(Damiani)의 귀도 다미아니 회장(34)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정말 대단했다”는 감탄을 연발했다. 그는 전날 한국-독일의 준결승전이 열린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붉은 악마들 한가운데에 섞여 함께 ‘태∼한민쿡’을 외쳤다고 했다. 물론 한국팀 응원의 드레스코드인 ‘비 더 레즈’ 셔츠도 입었다.
“한국이 져서 아쉬웠지만 멋진 경기였습니다. 이탈리아 팬들의 대 한국전에 대한 시비에 관해서는 신경쓰지 마세요. 주심 판정도 다 ‘게임의 법칙’ 아닙니까?”
스스로 광적인 축구팬이라고 말하는 귀도 회장은 브라질의 호나우두, 이탈리아팀 주장 파올로 말디니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뛰는 AC 밀란의 공식 스폰서를 맡고 있다. AC 밀란의 구단주이자 귀도 회장과 친분이 깊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5월 로마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 참석자들에게 다미아니 주얼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책상 위에는 인터뷰 직전까지 읽었는지 한 영자신문 26일자가 펼쳐져 있었다. ‘페루자가 안정환 방출 결정을 뒤엎었다 (Perugia reverses decision to fire Ahn)’는 기사가 시선을 끌었다.
다미아니의 또다른 커플링 라인인 ‘신테시’. 올 초 국내에 소개된 아이템으로 화이트 골드 밴드에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등의 보석이 스퀘어 형태로 박혀있다.
“한국에서 ‘다미아니 커플’로 안정환 이혜원씨 커플을 추대하기로 했습니다. 대 이탈리아전 이후 사이가 미묘해지기는 했지만 안 선수가 이탈리아 프로팀과 인연이 있기도 하니까….”
사실 안정환 선수가 ‘반지 세리머니’를 했던 커플링은 다미아니의 경쟁사 카르티에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귀도 회장은 ‘변하지 않는 사랑’을 모토로 하는 다미아니의 커플링 라인 ‘유니티 컬렉션’(예전 명칭 ‘페디 컬렉션’)의 컨셉트와 이 부부의 금실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한국 수입사 측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유니티 컬렉션’은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의 결혼반지로 주목받았던 라인.
“브래드 피트가 먼저 ‘뭔가 특이하고’ ‘정말 새로운’ 약혼 반지를 만들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저희와 아이디어를 주고 받은 끝에 멋진 디자인을 만들어냈죠.”
결혼식 때도 피트는 다미아니와 결혼 예물용 반지 디자인을 협의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화이트 골드 링 옆면으로 다이아몬드가 남성용은 다섯, 여성용은 열 개씩 박힌 단아한 디자인의 페디(Fedi) 컬렉션이었다.
하지만 2001년 7월, 자신이 디자인에 함께 참여했고 자기 커플만을 위해 만든 유일한 반지가 되었으면 하고 바랐던 페디 컬렉션이 다른 고객들에게도 판매되자 브래드 피트는 다미아니사를 상대로 5000만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 다미아니는 피트와의 법적 문제를 마무리하며 공동 디자인임을 밝히기 위해 ‘Co Designed by Brad Pitt & Damiani’라는 문구를 반지 안쪽에 새겼다. 이후 라인 이름도 유니티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커플링으로 인기다.
올 초 이탈리아의 유력 경제지 ‘솔레반티 콰토로(sole 24ore)’는 독자에게 자동차 패션 시계 화장품 등의 명품 브랜드를 아울러 ‘당신이 명품이라 생각하는 브랜드 이름을 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다미아니는 조사 대상자 12%의 지지를 얻어 8위를 차지했다.
최고경영자(CEO)이며 호탕한 성격인 귀도 회장은 78년간 가족 경영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는 다미아니사의 3대 경영진. 연예인처럼 톡톡 튀는 감각을 가진 누나 실비아(36)가 디자인을 맡고 있으며 침착하고 이성적인 성격의 동생 조르조(31)는 마케팅 총 책임자다. 귀도 회장은“다미아니의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위해 가족 경영체제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