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밤 맨해튼 동쪽의 이스트리버에선 불꽃놀이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강변으로 구경가는 시민들은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했다. 수천명의 사복 경찰들은 시민들 틈에서 경계를 폈다. ‘테러 공격 정보가 포착됐다’는 미 정부 발표가 잊을 만하면 또 나오니 시민들은 마음 한구석이 늘 불안하다. 매스컴은 ‘조국안보(homeland security)’ 소식을 매일 쏘아댄다.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하나가 더 있다. 경제잡지 비즈니스위크의 표현대로 ‘미국 주식회사’의 ‘금융 안전성(financial security)’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회계부정을 포함한 각종 스캔들은 “요즘 최고경영자(CEO)인 것이 부끄럽다”(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는 탄식까지 나오게 했다. 엔론, 메릴린치, 아서 앤더슨, 타이코 인터내셔널, 임클론, 마샤 스튜어트, 그리고 월드컴. 2·4분기(4∼6월) 석달 동안 투자자들을 골치 아프게 했던 이름들이다. 시장엔 ‘금융 폭탄’이었던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연초에 많은 주식전략가들이 전망한 상승장은 오지 않은 채 상반기가 마무리됐다. 상승장은커녕 지수들은 모두 땅을 파고 들어가 버렸다. 연초에 비해 다우존스지수는 -7.8%,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13.8%, 나스닥은 -25.0%였다. 2·4분기중 나스닥은 21% 하락했다. 1971년 나스닥지수가 생긴 이래 분기별로는 일곱 번째로 나쁜 성적표다. 저조한 기업실적, 회계 스캔들, 테러 공포감과 국제경제의 불안정성 등이 낳은 결과다.
땅속으로 들어간 두더지들이 연내에 구멍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월가엔 어렵다는 전망이 더 많다. 전쟁 중이던 1941년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는 기록을 세울 것이란 우울한 예측이 많다.
아직 바닥을 딛지 않았다는 주장들이다. 반면 회복 주장을 펴는 측은 “긴 하락장 끝엔 급반등장이 온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단기 10∼15% 급등’을 기다리는 것이다.
상승장에 앞서 투자자들이 바라는 것이 있다. 1995∼2000년 미국 신경제 거품 위에서 커져갔던 CEO와 회계사 법률전문가 애널리스트들의 탐욕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정직한 정보와 투명한 게임의 룰, 그리고 ‘안전’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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