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에는 ‘숫처녀’ ‘숫총각’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10대 때 이미 딱지를 떼버리기(?) 때문. 세태가 이렇다 보니 ‘숫처녀’ ‘숫총각’이라 하면 ‘천연기념물’을 넘어서 ‘희귀종’ 취급을 받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미혼인 남녀가 ‘숫처녀’ ‘숫총각’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나마 남성들은 숫총각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가 없어 여성에 비해 자유로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혼 전 섹스에 대한 기본적인 견해는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숫총각으로 평생을 살다간 대표적 인물로는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을 들 수 있다. ‘미운 오리새끼’ ‘백설공주’ ‘성냥팔이 소녀’ 등 주옥 같은 동화들로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안데르센은 사실 매우 불우한 인생을 보낸 인물. 안데르센 자신은 ‘나의 인생은 유복하고 행복에 찬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였다’고 밝힌 바 있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지독히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정신병으로 죽거나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라야 했다. 성인이 돼서는 ‘덴마크의 오랑우탄’이라고 불릴 정도로 추한 외모와 가난 탓에 그가 사랑하던 여성들은 아무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고 결국 평생을 숫총각으로 지내야 했다.
안데르센보다 ‘한술 더 뜨는’ 인물도 있었다. 그리스의 수도승 미하일 톨로로스는 82세로 죽을 때까지 여자를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 그의 어머니는 그를 낳은 직후 사망했으며 그는 그 다음날로 에토스 산꼭대기에 있는 수도원으로 보내진다. 그 후 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어 수도승들과 함께 거기서 일생을 보내게 된다. 당시엔 여자와 동물들의 암컷들마저 수도원에 들어가는 것을 금했기 때문에 여자를 볼 수 있는 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오늘날 숫총각으로 일생을 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평생을 숫총각으로 지낸 이들을 생각한다면 문란한 성생활쯤은 어느 정도 자제할 수 있지 않을까.
< 정규덕/ 마산 정규덕비뇨기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