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의 이스라엘국영 엘 알 항공사 카운터 앞에서 중동계로 알려진 52세의 남자가 권총을 발사, 20대 여성 등 2명을 숨지게 한 뒤 항공사 보안요원에 의해 사살됐다. 이 과정에서 보안요원과 승객 등 여러 명이 부상했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범인은 이날 엘 알 항공사 카운터 앞에 줄 서있던 승객 등을 향해 권총을 발사한 뒤 카운터 쪽으로 돌진했다. 이를 목격한 이 항공사 소속 20대 보안요원 1명이 권총을 든 범인의 손을 잡고 몸싸움을 벌이는 사이 카운터 뒤에 있던 보안책임자가 뛰쳐 나오며 권총으로 응사, 범인을 사살했다. 범인은 권총 외에 나이프도 소지하고 있었다.
사고 직후 엘 알 항공사가 입주한 토머스 브래들리 터미널의 이용객들이 긴급히 소개되고 이 터미널을 이용하는 항공기들의 이착륙이 몇 시간 동안 지연됐으나 공항의 다른 8개 터미널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브래들리 터미널에는 대한항공도 입주해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로스앤젤레스 시는 이번 사건이 단독 범행이며 테러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임스 한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이번 사건이 다른 테러조직 등과 연계돼 있음을 시사하는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독립기념일인 이날 추가 테러가 발생할 것을 우려, 전국의 관공서 공항 등 주요 시설에 대한 경계를 최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범인이 로스앤젤레스 공항의 많은 항공사 카운터 중에 하필이면 엘 알 항공사를 택해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들어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또 다른 테러라고 주장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유발 로튼 이스라엘 총영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항공사 관계자 등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그동안 이스라엘을 겨냥해 발생했던 테러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85년 12월 이탈리아 로마 공항의 엘 알 항공사 티켓판매 창구에 테러리스트들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 17명이 숨지고 100명이 다친 사건을 예로 들었다.
엘 알 항공사는 이스라엘의 국영 항공사로 전세계 공항에 무장 보안요원을 배치하고 기내에도 사복 차림의 무장보안요원을 탑승시키는 등 철저한 보안검색으로 정평이 나있다.
워싱턴=한기흥 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