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진의 '신성한 바다' [사진제공=갤러리 라메르]
이 여름에 어울릴만한 푸른색 톤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29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리는 ‘블루(BLUE)’전.
푸른색을 주조로 한 회화와 사진 30여점이 선보인다. 참여 작가는 강운 고낙범 김남진 김보희 김택상 백지희 이인 이희중 허욱(회화) 권순평 이주형(사진) 등 31명.
푸른색은 시원하면서도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색이다.
동시에 아득한 분위기로 사람을 우수에 젖게 한다. 묘한 그리움의 감정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출품작에 담겨 있는 푸른색은 단일하지 않다. 작가들이 사용한 색은 녹색이기도 하고 회색이기도 하다. 또한 녹색과 푸른색의 중간, 회색과 푸른색의 중간이기도 하다. 다양하게 변주된 푸른 색이 보는 이의 오감을 자극한다.
김택상의 작품 ‘결’은 멀리서 보면 온통 푸른색이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중첩된 산 능선이 나타나고 그 위로 하늘이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다양한 톤의 푸른색들이 하나둘 드러나는 것도 이채롭다.
마치 섬세한 결을 발견하거나 푸른 안개 속에서 감춰진 사물을 발견해가는 기쁨이 있다.
김남진은 ‘신성한 바다’라는 작품은 인간 존재를 되돌아보게 한다. 넓고 푸른 바다에 작은 배가 4척 있고, 그 가운데 한 인간이 웅크리고 있다. 불안한 인간 실존에 대한 고뇌의 표현이다.
산과 바다가 맞닿은 풍경을 담은 김보희의 한국화는 심오하고 힘이 넘친다. 화면 한가운데는 검은색 산으로 가득하다. 화면 아래에 연한 푸른색의 바다가 깔려있고, 화면 위 검은색 산 너머로 슬쩍 비춰지는 파란 하늘.
그 단순 명쾌한 색의 대비가 후련하고 유장해 가슴을 탁 트이게 해준다.
강운의 그림 ‘순수형태-생성’과 이주형의 사진 ‘기억의 풍경’은 먹구름 가득한 하늘 풍경을 통해 여름 날씨의 짖궂음을 시원하게 포착했다. 02-730-5454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