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에서 31일 열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의에서 북한의 6·29 서해교전사태가 거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5일 “ARF회의는 아세안지역의 안보정세를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해교전사태가 거론될 것이다”며 “이번 회의에는 남북한 및 미 일 중 러 외무장관이 모두 참석해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RF회의는 서해교전사태로 냉각된 남북 및 북-미 대화의 재개 여부를 판가름할 1차 고비가 될 전망이다.
회의에선 남북한과 미국의 외무장관 간에 대화와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서해교전사태 등에 대한 남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3국 외무장관 접촉이 이뤄진다 해도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북-미 대화 무산을 전후로 미국과 우리 군당국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잇따라 밝히고 있다. 북한 양형섭(楊亨燮)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미국이 대화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평등한 입장에서 대하려 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비난했다.
미국도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4일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ARF회의에서 누구를 만나게 될지, (북-미접촉의) 기회가 있을지 여부는 모르지만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본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다고 북한의 사과 표명이 없는 한 우리 정부가 선뜻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북한이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내용을 문제삼아 4월 이후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장관을 강도높게 비난해왔다는 것도 정부를 부담스럽게 하는 요소. 북한 백남순(白南淳) 외무상이 이번 ARF회의에 참석한다 해도 최 장관과의 접촉을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ARF회의에서도 대화채널 복원의 틀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당분간 북-미 관계는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