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을 담은 드라마 MBC ‘고백’의 임화민 PD는 지난달 촬영 현장에서 기자에게 “불륜은 하나의 작은 장치일뿐 근본적으로 결혼과 가족의 의미를 그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일 시작한 ‘고백’은 초반부터 부부간 성관계는 물론 부부간 성폭행, 여성의 성기를 소재로 한 연극의 대사가 등장하는 등 강도 높은 성 대화와 묘사로 이어지고 있어 선정성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극중 동규(유인촌)의 불륜도 뚜렷한 이유가 없어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결혼 17년째인 윤미(원미경)가 결혼기념일에 남편 동규와 침대에서 나누는 대화.
-윤미:그냥 잘거야? 결혼기념으로…해?
-동규:하고싶어?(중략) 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윤미:난 당신한테 몸 맡기고 있으면 고향처럼 편안해지더라.
(이후 윤미의 얼굴은 동규의 얼굴에서 몸 아래로 이동한다.)
윤미의 친구인 정희(이응경)가 남편 상일(강석우)에게 성폭행 당하는 장면과 이를 윤미에게 털어놓는 대화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지. 정희가 남편이 억지로 관계를 맺으려는 것에 반항하다 손목을 다친 사실을 윤미에게 털어놓는다.
-정희:사실 나…아냐, 관두자.
-윤미:뭔데? 말해봐.
-정희:실은 손목 다친 거…, 민경 아빠하고 잠자리하면서 생긴거야. 난 싫다는데 기어이 하겠다는 거야. 손목을 막 비틀고…. 결국은 했어. 내가 자기 종이니?
드라마가 시작될 때 동규는 더 할 수 없이 따뜻하고 자상한 남편으로 묘사되지만 끝부분에서 아내에게 “사귀는 여자가 있으며 처음 만난 날 잤다”고 말한다. 윤미가 동규에게 “그동안 나만 바보였던거냐”고 묻자 동규는 “내가 왜 다른 이를 사랑하는지 궁금하지 않느냐”고 힐책한다.
그러나 이 대목은 시청자들도 궁금하다. 윤미에 대한 동규의 사랑이 식은 이유에 대한 사전 설명이 전혀 없어 “극이 다짜고짜 불륜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동규가 사귀는 연극배우 영주(정선경)가 출연하는 연극은 여성의 성기인 질을 소재로 한 ‘버자이너 모놀로그’. 그는 드라마의 연극 무대에서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채 대담한 성적 표현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지상파 방송에서 수용되기 어려운 대사이지만 ‘극중 연극’이라는 장치에 숨어 있다.
-영주: 난 신음소리를 사랑하는 섹시한 변호사에요. 소녀시절 영화를 보면 여주인공들이 사랑을 나눌 땐 신음소리를 냈었죠. 아주 야만적으로. 하악, 하악, 하아아아악∼. 전 이상하게도 그 신음소리가 좋았어요. 그래서 연습을 했죠.
남몰래 연극을 보러간 윤미는 이 장면을 보며 영주와 동규가 침대에서 관계를 맺는 장면을 상상한다. 이 때 영주와 동규가 벗은 상반신을 드러내고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나온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고백’의 외설적 표현에 대한 비난의 글이 하루에도 수백건씩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불륜 소재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그려내는 과정이 시청자에게 수치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운현 책임PD는 “성적 담론이 다소 대담하지만 중년의 성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자는 게 드라마의 취지”이라며 “시청자들의 충격이나 지적은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