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3분의 1이 ‘잠’ 아닙니까? 잠을 잘 자야 모든 일이 잘 돼죠.”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가 ‘잠 박사’가 된 것은 개인적 경험 때문.
고려대 의대생 시절, 그는 코골이가 심했고 낮에는 항상 머리가 아팠다. 당시에는 코골이가 병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참고 넘겼다. 그러다 미국 하와이대에 공부하러 가서야 코골이로 인한 수면무호흡증 연구가 활발한 것을 보고 ‘아차’ 싶어 그 분야를 파고 든 결과 최고의 잠 박사가 됐다.
안산병원 수면무호흡 센터는 99년 문을 열었다. 수면에 관한 모든 문제를 ‘원 스톱 서비스’로 해결해 준다는 것이 신 교수의 설명. 호흡기 내과와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함께 진료하며 수면장애의 원인이 정신과나 신경과에서 다루는 부분일 때는 해당 과의 의료진과도 협조해서 치료한다. 치료뿐 아니라 연구 활동에도 힘을 쏟았다. 국내에서 습관성 코골이를 가진 사람의 비율이 17%라는 것과 수면 무호흡증 환자가 5∼6% 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는 수면무호흡증과 뇌중풍의 관계, 수면 무호흡증과 관련된 DNA의 결함을 찾아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신 교수의 일 욕심과 관련된 일화 한 토막. 1년 전 신 교수는 국내 학회 참석 도중 갑자기 심근경색을 일으켜 소속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신 교수를 치료한 동료 교수들은 병원장을 찾아가 “신 교수를 빨리 퇴원시켜야 한다”고 건의했다. 병원장이 “아픈 사람을 퇴원시키자니 무슨 소린가” 하고 묻자 동료들은 “신 교수가 입원중에도 자꾸 수면센터에 내려가 환자를 보고 일을 하니 아예 집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면무호흡증의 원인에는 △중추신경계의 이상 △숨쉬는 기도나 콧속 구조의 기형 △코골이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흔한 원인은 코골이.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코 고는 것을 잘 모른다. 같이 잠을 자는 사람이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이룰 정도가 돼야 병원을 찾게 된다. 코를 고는 도중 ‘컥’하고 숨이 막혀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다가 갑자기 ‘후’하고 숨을 몰아쉬는 상태가 한 시간에 5번 이상 나타나면 의학적으로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진단을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한다. 환자가 병원에서 8시간 동안 잠자게 한 뒤 그 동안 뇌파 안구운동 심전도 근전도 혈압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검사다. 수면검사전문기사와 수면 전문의가 검사결과를 판독해 진단을 내리게 된다. 수면무호흡증이 자주 반복되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낮에 항상 졸리고 피곤하며 업무에 대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심장과 혈관계통에 영향을 줘 뇌출혈이나 고혈압, 부정맥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아주 심하면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신 교수는 “단순히 코를 곤다고 다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치료가 필요한지의 여부를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히 진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냥 놔뒀다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
치료에는 수술 요법과 비수술 요법이 있다. 기도나 콧속 구조의 기형이 수면무호흡증의 원인이면 이비인후과 수술을 받게 된다. 비염이나 축농증이 심하거나 목젖이 지나치게 늘어졌거나 코뼈가 휘었을 경우다.
비수술 치료로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마스크 요법인데 자는 동안 코 위에 밀착되는 마스크를 착용해 이 마스크를 통해 공기가 지속적으로 들어가 잘 때 목구멍이 좁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중추신경계의 이상으로 인한 수면무호흡증은 약물로 치료한다.
신 교수는 “환자의 생활습관이나 환경을 변화시키는게 중요하다”며 “높은 베개를 피하고 옆으로 눕거나 엎드려 자면 코골이가 감소하며 술 담배를 줄이고 신경안정제 사용을 자제하라”고 말했다. 또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70%는 중등도 이상의 비만자. 살을 빼야 잠도 잘 잔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수면장애치료 명의들▼
수면장애의 종류는 80가지가 넘는다. 원인과 증상에 따라 치료를 담당하는 진료과도 달라진다. 정신과에서는 불면증과 기면증, 몽유병 등 전반적인 수면장애를 다룬다. 호흡기내과에서는 주로 수면무호흡에 따른 수면장애를 비수술 요법으로 치료하며 이비인후과에서는 수술로 치료한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정도언 교수는 국내에 수면의학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 수면의학전문의 자격을 얻은 직후 90년에 서울대병원 수면클리닉을 열었고 현재 대한수면의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정 교수는 수면의학 부문의 최고 권위 학술지인 ‘수면’에 국내 최초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김인 교수도 90년 안암병원에 수면클리닉을 열고 정도언 교수와 함께 수면의학회를 만드는 등 국내에 생소한 분야였던 수면의학을 정착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서울대 이철희 교수는 이비인후과 분야에서 수면장애를 치료해 온 명의.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호흡기내과 문화식 교수도 수면무호흡증 치료의 대가로 이 병의 원인과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연구업적을 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수면 치료 관련 전국의 명의▼
이 름
소속 병원
전화
정신과
정도언
서울대
02-760-2451
김 인
고려대 안암
02-920-5505
양창국
동아대
051-240-5460
이비인후과
이철희
서울대
02-760-3433
호흡기 내과
신 철
고려대 안산
031-412-5690
문화식
가톨릭대 성바오로
02-958-2376
최수전
인제대 상계백
02-950-1001
신경과
홍승봉
성균관대 삼성서울
02-3410-
2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