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 기간에 한국인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형성할 수 있었다. 700만명의 인파가 야외관람으로 몰린 상황에서도 질서정연하게 응원하고 깨끗하게 뒤처리를 하는 선진 관람문화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면 외에도 부정적인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현실상황의 경중을 파악하는 시각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월드컵 기간 실시됐던 6·13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해 정치적 무관심을 전 세계에 보여준 바 있다. 또한 터키와의 3, 4위전 경기가 열리는 날 오전에 서해교전이 벌어져 우리측 장병 5명이 사망 또는 실종하고 19명이 중상을 입었으나 국민의 관심은 축구 경기에 치우쳤다. 우리는 분명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이들의 위로금 6000만원보다 선수들의 포상금 3억원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이는 일의 경중을 판단하는 우리가 능력이 흐려져 있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월드컵 기간 일시적으로 달아올랐다가 그후 식어버리는 냄비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는 한국-터키전에 응원단이 보여주었던 카드섹션 ‘CU@K리그’를 기억한다. 이는 월드컵이라는 국제적 대회에서 보여준 축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국내 K리그로 옮겨보자는 의미였다. 마찬가지로 세계인의 화합의 장에서 보여준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우리 안에서도 긍정적으로 승화할 수 있어야 하겠다.
강경래 대학생·zeppelin74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