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유리창을 보고도 닦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이학렬(李鶴烈·50) 신임 경남 고성 군수는 최근 취임식에서 이같이 선언했다.
그는 “더러운 유리창을 닦다가 실수로 유리창을 깨뜨리는 사람은 용서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주문이었다.
이 군수는 최근 군수실과 부속실 사이의 벽을 허물도록 지시했다. 6일과 7일 벽 대신 유리창을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됐다.
그는 “군수가 누구와 만나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더러는 피곤해서 졸고 있는 군수의 ‘인간적인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사를 쓰지 않는 이 군수는 또 공무원과 공무원 가족의 사택 방문을 일절 금하도록 엄명을 내렸다. 인간적인 유대에 매달리다 보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긴다는 게 그의 생각. 철저하게 능력 중심의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의지였다.
이 뿐 아니다. 4일 열린 간부회의에서는 공무원들의 의사소통 채널인 ‘전자 게시판’을 비실명으로 전환토록 했다. 군수가 잘못했을 경우 면전에서 지적하기는 어려운 만큼 이름을 밝히지 않더라도 직언을 해 달라는 취지. 이 군수는 선거 과정에서 공무원 노조의 즉각 도입과 노동 3권의 인정에도 동의했다. 당선 직후 이례적으로 공무원노조 고성군지부를 찾았던 그는 취임식날 노조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공무원 노조 남기길(南基吉·44) 고성군 지부장은 “많은 공무원들이 군수의 개혁적인 성향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군수의 ‘튀는 행보’에 대한 견제 여론도 없지 않다.
해군사관학교(29기)를 졸업하고 중령으로 예편한 이 군수는 미국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해사와 미국해사 교수, 해군해양연구소 공학처장 등을 거쳤다.
고성〓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