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당시 북한 경비정은 두 척이 각기 다른 지점에서 잇따라 북방한계선(NLL)을 침범, 우리 해군의 관심을 분산시켜 놓은 뒤 우리 고속정 1척에 기습공격을 퍼부었다.
이는 북한의 도발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우리 고속정에 선제공격을 가한 북한 경비정(등산곶 출발)이 NLL을 침범하기 7분 전인 29일 오전 9시54분 육도를 출발한 다른 경비정이 먼저 NLL을 침범했다.
육도 경비정은 그러나 10시14분 고속정 253편대가 900m까지 접근해 차단기동을 시작하자 방향을 돌려 북상하기 시작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육도 경비정의 이같은 행동은 등산곶 경비정의 기습공격에 앞서 우리 해군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양동작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경비정이 교전 이틀 전인 27일부터 29일까지 어선 단속과는 무관하게 잇달아 NLL을 넘은데다 장착된 85㎜ 함포의 포신을 아군 함정을 향해 정조준하고 있었다는 점도 북한의 계획 도발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게 합참의 판단이다.
27일부터 3일간 NLL을 월선한 북한 경비정의 행동은 과거 어로단속 차원차 단순 월선한 북한 경비정들의 포신이 하늘을 향했던 것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것이었다는 지적.
군 정보관계자는 “교전 이후 수집된 각종 정황 증거 등을 분석한 결과 북한 경비정의 이런 행위는 일종의 도발 준비였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아군 고속정을 기습 공격할 당시 북한 경비정의 전투대형과 공격 형태도 이번 도발이 치밀한 계획하에 수행된 것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NLL을 넘어 빠르게 남하한 등산곶 경비정은 아군 고속정 2척이 동에서 서로 줄지어 이동하며 ‘차단기동’으로 진로를 막자 첫 번째 고속정(358호)은 그대로 보내고 뒤따라오던 고속정(367호)에 대해 집중 포격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합참관계자는 “이는 앞서가던 358호를 공격할 경우 뒤쫓아오는 357호로부터 즉각 반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계산한 행동이다”고 말했다.
북한 경비정은 우리 고속정 기습 공격시 지휘관이 위치한 조타실과 통신실 기관실 등 함정의 중요 부위를 집중 공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