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맛본 게 과연 얼마만일까.
프로야구계의 ‘비운의 투수’ 손혁(29). 그는 한때 잘 나가는 ‘LG맨’이었다. 96년 LG 트윈스에 입단, 98년과 99년엔 2년 연속 10승을 거두며 팀내의 확실한 선발투수 자리를 예약했다.
하지만 99시즌이 끝나고 해태(현 기아) 양준혁과 맞트레이드. “LG에 뼈를 묻겠다”고 다짐했던 손혁으로선 더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그가 택한 길은 유니폼을 벗는 것. 손혁은 은퇴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야구 연수를 받았다.
그렇게 ‘야인’ 생활을 하길 1년여. 선수 생활을 재개하라는 주위의 권유와 그라운드에 대한 미련으로 지난해 마운드로 돌아왔다. 하지만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않은 때문인지 몸은 예전같지 않았고 부상까지 겹쳐 1군무대 7경기에서 승패없이 평균자책만 1.69를 기록한 채 2001시즌을 보냈다.
드디어 2002시즌. 초반 선발로 2경기에 나가 인상적인 피칭을 하지 못했던 손혁은 2군으로 내려가 칼을 갈았고 5일 1군 엔트리에 재등록, 7일 사직 롯데와의 연속경기 2차전에 선발로 나섰다.
6이닝 동안 4안타 1실점의 호투. 그가 마운드에 오르자 팀 동료들도 덩달아 신이 나 13안타를 터뜨려 줬다. 기아의 7-2 승리. 손혁이 마지막 승리를 거둔 게 LG 시절인 99년 8월18일 잠실 한화전이니 무려 2년10개월여 만의 승리였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그동안 팬들에게 죄송했다”는 말로 가슴 속의 응어리를 풀어냈다.
1, 2차전을 모두 쓸어담은 단독선두 기아는 롯데를 5연패의 궁지에 빠뜨렸다.
대전구장에선 한화 ‘독수리’ 송지만의 ‘고공비행’이 계속됐다. 송지만은 삼성과의 연속경기 1차전에서 1-1로 맞선 6회 임창용으로부터 좌월 솔로홈런을 빼앗아내 시즌 28호를 기록, 삼성 이승엽(27개) 마해영(26개)을 제치고 홈런 부문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1차전에선 한화가 5-4로 힘겹게 이겼고 2차전은 연장 10회까지 5-5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시간제한 무승부.
LG는 수원에서 프로입단 12년 만에 개인통산 첫 만루홈런을 터뜨린 ‘스위치 타자’ 이종열의 활약으로 현대를 8-1로 누르고 단독 4위에 진입했다. 잠실 연속경기에선 두산과 SK가 1승씩을 나눠 가졌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