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 딸이 하교 길에 집으로 전화를 했다.
“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상장 받았어요. 동시쓰기 대회에서.”
아이는 무척 들떠 있었다. 학교에서 집까지 거리가 걸어서 5분 정도지만 자랑을 조금이라도 빨리 하고 싶어 공중전화를 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둘째 딸은 봉사상 외엔 학교에서 상을 받아 본 일이 거의 없었다.
유치원 때부터 선생님들은 딸 아이가 친구 사이에 인기가 있고 성격이 좋다고 평했다. 그걸 위안 삼으며 공부는 강요하지 않았고 자연히 교과와 관련된 상은 받을 기회는 적었다.
그런데 동시쓰기에서 상장을 받은 후 아이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생각에, 앞으로도 잘 해야 될 것 같은 생각에서 이리저리 책을 뒤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종이 위에 자기 생각을 끄적였다. 그동안 차근차근 지도해 주고 싶어도 흥미를 갖지 않아 포기했는데 스스로 글쓰기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대견스러웠다.
‘엄마의 열 마디 칭찬보다 학교에서 받은 상장 하나의 효과가 이렇게 크구나’ 하는 생각에 상장을 코팅해 거실에 걸어 주었다.
예전엔 개근상 우등상이 상의 전부이다시피 했지만 요즘은 예절상 봉사상 등 종류가 다양해졌다. 특히 교과 수업 이외의 분야에 대해 상을 주는 것은 교육 효과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글쓰기 미술 수학 등 교과와 관련된 상은 여전히 받는 아이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상의 기준이 ‘잘하는 아이’에게 맞춰져 있다보니 그런 상은 늘 실력을 잘 갖춘 아이들의 몫이 된다.
조금만 폭을 넓혀 ‘노력하는 아이’ ‘가능성을 지닌 아이’에게도 교과와 관련된 상을 준다면 동기 부여와 함께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한 학부모는 “3학년 때는 상도 여러 번 받고 의욕적이었던 아이가 4학년이 되어서는 상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그 때문인지 아이가 늘 풀이 죽어 있어 안쓰럽다”고 말했다.
모 공대의 한 교수는 어렸을때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성적이 늘 하위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칠판에 적은 수학 문제를 혼자만 푼 일을 계기로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학습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이후의 삶이 성공적으로 바뀐 사람의 일화는 이밖에도 많다.
비록 큰 규모의 대회가 아니더라도 학급 자체 또는 수업 중에라도 아이들의 소질과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다양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최고가 아니더라도 노력을 통해 실력이 향상되거나 의욕을 보인 아이에게 상을 준다면 학습효과는 물론 아이의 잠재 능력 발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육체의 양식이 음식이라면 정신의 양식은 칭찬이다. 잘 하는 아이를 더 잘 하도록 이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가능성을 발굴해 격려해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미향(37·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