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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언론, 부시 독단적 외교 맹비판

입력 | 2002-07-08 15:32:00


지난해 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심화되고 있는 미국의 일방주의와 이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미감정에 대한 우려가 미국 내에서도 공론화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는 7일 미국이 힘을 앞세운 오만한 행보로 동맹국들의 지지를 잃고 있다고 지적하는 칼럼과 기고문을 나란히 게재, 오직 미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부시 행정부의 편협한 일방주의에 경종을 울렸다.

다음은 '큰 게임을 독주하는 국가'라는 제목의 뉴욕 타임스 칼럼 및 워싱턴 포스트에 '우리는 왜 더 이상 듣지 않는가'라는 제목으로 실린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경제전략연구소 소장의 기고문 요약.

△뉴욕 타임스

지난주 미국이 국제형사법원으로부터 미군이 면책되지 않는 한 유엔 평화유지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 유럽 등 동맹국들은 미국이 국제법 위에 군림하며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중 잣대는 정확히 부시 행정부가 추구하는 바이다. 미국의 내년 국방예산은 군사면에서 세계 2∼15위 국가의 국방예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 4000억달러가 더 많다. 미국의 경제력은 세계 2위인 일본의 2배가 된다. 오늘날 미국은 모든 면에서 대적할 상대가 없다.

이같은 힘을 토대로 부시 대통령은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교토(京都)의정서 등 주요 국제협약에 반대해 왔다. 그의 이같은 태도는 비생산적일 수 있다. 역대 정권은 비록 막후에선 힘을 사용하더라도 공개적으론 동맹국과 협의하거나 유엔 등 국제기구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부시 대통령의 대결적 자세는 동맹국들을 소외시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미국은 힘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의 군사기지와 항구 활주로 연료공급 등을 필요로 한다. 이같은 것들이 없이는 이라크 침공은 생각할 수 없다. 국제형사법원 문제로 동맹국들을 화나게 할 경우 부시 대통령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이보 달더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이 우격다짐으로 바라는 바를 얻는다 하더라도 이는 막대한 희생을 치른 보람 없는 승리가 될 것"이라며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

"현재의 상황이 계속되면 머지 않아 미국과 전세계가 맞서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나는 최근 아시아 유럽, 라틴 아메리카의 14개 국가를 순방하며 이같은 이야기를 수백번도 더 들었다. 테러와의 전쟁 후 10개월이 지난 지금 미국의 이미지는 점점 추해지고 있으며, 미국의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는 급락하고 있다.

많은 외국인들은 미국이 다른 국가의 운명을 컨트롤하려고 하며, 민주주의 인권 자유무역을 말하는 것과는 달리 실제론 자국의 편협한 이익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서울에선 북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적의(敵意)로 인해 대북포용정책에 차질이 초래됐다고 말한다.

미국의 무역정책도 미국의 오만과 이중잣대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켰다. 미국은 과거 일본과 유럽이 자국 농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을 비난했지만 이젠 거꾸로 미국 농가에 보조금을 주며 철강 및 목재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

멕시코의 한 장관은 미국이 누구나로부터 미움을 받게 된다면 그 대가가 너무 클 것이라며 "국제적인 상호교류의 시대에는 초강대국도 친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립 서비스만 하지 말고 외국의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는 전세계가 미국에 맞서 대오를 형성하는 것을 예방케 될 것이다.

워싱턴=한기흥 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