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외톨이 소녀가 별똥별을 바라보며 기도한다.
“천사같은 친구 하나 보내주세요.”
그러자 천사 대신 우주의 말썽꾸러기 꼬마 외계인이 소녀 앞에 나타난다.
‘릴로&스티치’는 하와이 원주민 소녀 릴로와 우주에서 온 스티치의 좌충우돌을 그린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다. 하와이의 풍경을 살리기 위해 디즈니는 1942년 ‘밤비’ 이후 60년만에 수채화 기법을 다시 도입해 아름다운 천연색 배경을 선보였다.
영화 상세정보
릴로 & 스티치
스틸, 배경화면
늘 ‘범생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온 디즈니는 이번에는 미워할 수 없는 말썽꾸러기를 탄생시켰다. 지구로 도망온 실험용 외계 생명체 626호인 스티치. 네 팔과 두 발, 긴 귀에 푸른 털을 가진 스티치는 부모없이 언니와 단 둘이 사는 ‘왕따’ 소녀 릴로의 애완동물(?)이 된다. 그러나 총에도 안 죽고, 불에도 타지 않는 이 애완동물의 유일한 본능은 무엇이든 파괴하는 것.
릴로는 이런 스티치에게 ‘오하나(하와이어로 ‘가족’이라는 뜻)’가 무엇인지 가르쳐 준다. 릴로는 “오하나는 서로 떨어지지 않는 것, 그리고 잊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릴로는 언니 나니가 동생을 돌 볼 능력이 없다는 사회복지사의 판단에 따라 가족과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가족의 소중함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늘 주장해 온 메시지. ‘릴로&스티치’는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고 경쾌함과 재치있는 유머를 유지한다. 외계인 지구 전문가가 인간을 죽여서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 “지구는 멸종 위기에 몰린 모기가 사는 야생동물보호구역이고 인간은 모기의 먹이”라고 설명해 웃음을 자아낸다.
릴로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열혈 팬인 덕분에 프레슬리의 노래가 이어지면서 귀를 즐겁게 한다. 스티치가 프레슬리의 노래를 모창하는 부분은 어린이보다 부모의 웃음을 더 많이 자아낼 만한 장면.
욕설이나 흡연 장면 하나 없는 ‘착한’ 영화인 만큼, 유치원 또래부터 10대 초반의 자녀를 데리고 갈 만하다. 다만 사회복지사가 가정을 방문해 아이가 혼자 지내지 않는지 확인하고, 그의 판단에 따라 보호자로부터 아이를 데려갈 수 있는 미국의 제도가 어린이들에겐 낯설 수 있으니 부모의 설명이 필요하다. 전체관람가. 19일 개봉.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