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측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 송정호(宋正鎬) 법무부 장관에게 선처해 달라는 취지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8일 사정 당국 관계자는 “대검 중앙수사부가 홍업씨의 비리를 수사하던 4월 이후 청와대 측이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 송 장관에게 수십 차례 전화를 걸어 홍업씨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송 장관이 ‘검찰은 원칙과 정도에 따라 수사하고 있고 법무부는 중립을 지킬 것’이라며 청와대 측의 요구를 거절하자 청와대 측이 송 장관에게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라고 종용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측이 홍업씨 수사와 관련해 선처 압력을 행사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점에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관여한 일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홍업씨의 대학 동기인 유진걸(柳進杰)씨가 5월9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다가 지병 때문에 입원하자 행정관을 보내 강압수사 여부를 알아보는 등 검찰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사정 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검 중수부가 아닌 일선 검찰청이 수사했다면 청와대 측의 고의적인 수사 방해 시도로 홍업씨 구속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업씨는 지난달 21일 기업 등에서 각종 청탁과 함께 22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 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로 구속됐으며 10일 구속 기소를 앞두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