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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엔터테인먼트도 ‘그룹시대’

입력 | 2002-07-09 17:31:00


미국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월트디즈니사(社)는 1994년 50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킹으로 무려 20억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단순한 영화 흥행수입은 7억7000만달러였지만 라이온킹의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액을 벌어들인 것.

디즈니사는 영화가 막을 내린 직후 홈비디오사업부를 통해 가정용비디오를 내놓았고 자회사인 할리우드뮤직에서는 OST음반을 내 각각 수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또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에 라이온킹 캐릭터를 활용한 놀이시설을 만들었고 디즈니숍에서는 각종 캐릭터 상품을 선보여 큰 인기를 모았다. 이 밖에 영화의 줄거리를 살린 뮤지컬로 또 다시 흥행에 성공, 98년에 브로드웨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디즈니가 흥행에 성공한 영화 한 편으로 이처럼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영화, 미디어, 음반, 스포츠, 테마파크, 극장, 게임, 인터넷 등의 분야에 막강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상품화하는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디즈니는 현재 엔터테인먼트 관련 대형 업체를 50여개나 거느리고 있는 거대 그룹이다.

▽‘놀이 관련된 것은 뭐든 한다’〓미국과 유럽 등에는 현재 디즈니를 제외하고도 AOL타임워너, 바이어컴, 뉴스코퍼레이션, 비방디유니버설 등이 90년대 이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이들 그룹은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관련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이런 ‘그룹화 바람’은 국내에도 강하게 불어닥치고 있다. 플레너스(옛 로커스홀딩스), CJ엔터테인먼트, 동양제과, 가오닉스 등이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내걸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플레너스가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가장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무법인 K&컴퍼니(옛 김&장)에서 인수합병 전문가로 활동하던 박병무(朴炳武·41) 변호사를 2000년 대표이사로 영입한 뒤 영화제작 배급, 음반, 연예 매니지먼트, 온라인 게임 등의 분야 10여개사를 흡수합병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모양새를 갖췄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의 영화배급사인 시네마플러스를 합병하기도 했다. 플레너스는 앞으로도 TV 등 미디어 사업과 테마파크, 극장, 뉴미디어 사업 등에도 진출해 놀이문화 관련 네트워크를 갖춘다는 전략이다.

영화 분야에서 확실한 수익 기반을 갖추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도 전국 스크린의 10%를 점유하는 극장 CGV와 업계 2위의 영화 배급망을 기반으로 영화산업의 최강자 자리를 지킨다는 계획. 최근에는 영화제작 쪽에도 활발한 제휴활동을 벌여나가고 있으며 음반, 방송 등의 분야에서 촘촘한 라인업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방송관련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동양제과는 복합 영화상영관 ‘메가박스’를 기반으로 영화와 매니지먼트 사업 등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올해 초 이미 영화 투자·배급사인 ‘쇼박스’를 설립,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왜 엔터테인먼트 그룹인가〓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우선 콘텐츠와 유통망을 동시에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전략 하에 그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영화를 제작하다보면 배급망과 극장이 필요하게 되고 음반을 만들다보면 방송채널과 매니지먼트사가 필요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게 된다는 것.

다른 업종에 비해 ‘원소스 멀티유스’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쉽다는 점도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그룹화 배경으로 꼽힌다. 대우증권 노미원 애널리스트는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상품화해 성공하는 해외 사례가 급증하면서 국내 업계에도 사업 다각화의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흥행에 의존하는 이 분야 산업의 특성상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노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사업 확장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분별한 사세(社勢) 확장은 금물〓전문가들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 창구를 확보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화와 음반 분야에서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자랑하고 있는 프랑스의 비방디유니버설 그룹이 최근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도 시너지 효과에 대한 검증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벌였기 때문이라는 것.

일부 국내 업체도 확실한 수익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확장해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신강영 경영기획실장은 “국내 업체들이 최근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사업 부문간 연결고리를 찾고 체계적인 시장공략 플랜을 짜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특히 위험 회피 차원에서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업체를 인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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