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는 부시 美대통령 - 워싱턴AP연합
《연이은 대기업 회계부정 스캔들로 ‘미국 주식회사’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8일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기업경영인을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미국 거대 제약업체 머크의 회계부정 사례가 또 다시 폭로돼 미국 대기업의 이미지를 구겼고 뉴욕증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민주당은 부시의 측근인 하비 피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퇴진시키라고 요구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부시 월스트리트 연설〓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기업 범죄를 담당할 특별수사대를 창설하고 기업 사기범의 형량을 현재의 두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9일 뉴욕 월가를 방문한 부시 대통령은 ‘기업의 책임’에 관한 연설을 통해 최근 일련의 기업 스캔들과 관련해 “미국 기업의 책임에 관한 새 윤리가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기업부패 기업회계 범죄를 더 많이 적발해내 소액투자자와 연금가입자를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업의 자료파기 및 각종 사법방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기업사기를 처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우편 및 통신사기죄의 최대 형량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 이사가 회사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기업회계와 금융계를 감독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내년 예산으로 4억8100만달러를 의회에 요청해놓은 데 이어 1억달러를 추가 요청해 SEC의 조사요원 확충 및 조사기술 도입 등에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엔론 사태를 시작으로 대기업의 대형 회계부정사건이 잇따라 ‘미국 주식회사’가 붕괴한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았으며 SEC가 기업개혁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머크사 회계부정 의혹〓세계 3위의 제약회사인 머크사가 최근 3년간 자회사 메드코의 처방약 의료보험자 부담액(co-payment) 124억달러를 자사의 회계장부에 부정기입해 매출을 부풀렸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8일 폭로했다. 이는 머크사 총매출의 10%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머크사 측은 “이는 일반적인 회계원칙과 일치하는 것이고 회계법인에서도 인정한 것”이라며 “회계방식의 차이는 머크의 순수익과 주당수익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엔론, 월드컴에 이어 회계부정으로 거론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월스트리트는 또 한 차례 ‘신뢰 붕괴’의 충격에 빠졌다. SEC가 회계부정 의혹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할 경우 SEC는 기업개혁의 ‘주체’에서 개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 관계자는 지적했다.
▽월드컴 청문회〓38억5000만달러의 회계부정이 드러난 미국 2위의 장거리 전화회사 월드컴 전현직 최고경영진 등에 대한 하원 청문회가 8일 열렸으나 회계부정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버나드 에버스와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스콧 설리번은 증언을 거부했다. 월드컴의 회계감사법인 아서 앤더슨의 전 파트너 멜 딕과 월드컴 주식매입을 권유했던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애널리스트 잭 그루브먼은 “월드컴의 회계부정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주가 하락〓머크사 의혹이 전해진 데다 달러화가 계속 약세를 보여 뉴욕증시는 8일 하락세를 보였다. 나스닥종합지수는 2.95%(42.75포인트) 떨어진 1,405.61을 나타냈으며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12%(104.60포인트) 밀린 9,274.9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22%(12.05포인트) 떨어진 976.98을 각각 기록했다. 문제의 머크 주가는 2.15% 하락했다. 기술주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주가 많이 하락했으며 그 중 인텔은 5.32% 폭락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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