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호 법무부장관(왼쪽) - 변영욱기자
청와대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와 3남 홍걸(弘傑)씨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홍업씨 비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송정호(宋正鎬) 법무부장관에게 홍업씨를 선처해 주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이번에 제기된 의혹은 정황이 아주 구체적이다. 대검 중수부가 4월 이후 홍업씨 비리 사건을 집중 수사하자 청와대가 송 장관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수사지휘권은 ‘법무부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 감독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제8조 규정에 근거해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수사의 중단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나 지금까지 한번도 행사된 적은 없다.
이런 요구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가 거부한 정황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법무부는 특히 5월 말 청와대 측의 수사지휘권 발동 요구를 논의 끝에 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검찰 수사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검사의 청와대 파견제가 없어진 뒤라 민정수석비서관실 등에서 대통령 아들들에 대한 수사 상황을 공식 창구인 법무부를 통해 알아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홍업씨 구속이 검토될 당시 사석에서 ‘이런 식으로 검토하면 어떻겠는가’ 정도의 조언은 했을지 모르나 수사라인이 압력으로 받아들일 만한 일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의혹이 불거지기 전 청와대는 홍업씨의 대학 동기인 유진걸(柳進杰)씨가 5월 9일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받던 중 지병으로 입원하자 행정관을 보내 강압 수사 여부를 파악하는 등 검찰 수사에 개입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청와대는 또 ‘최규선(崔圭善)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던 4월 최성규(崔成奎)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의 해외 도피와 최규선씨 밀항 권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앞으로 이 같은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를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까지 한 부도덕성까지 겹쳐지면서 청와대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다.
특히 홍업씨 선처 압력 의혹의 경우 진상이 밝혀지지 않더라도 곧 단행될 개각에서 법무부장관의 거취를 둘러싸고 또 다른 파문이 예상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김홍업-홍걸씨 수사 청와대 개입 의혹 일지2002.4.14최성규씨, 최규선씨와 검찰 수사 대책회의 가진 뒤 해외 도피4.19최규선씨, 청와대 밀항 종용 권유 사실 최성규씨에게서 들었다고 주장5.10유진걸씨가 입원한 병원에 청와대 행정관이 찾아가 검찰 강압수사 여부 조사5.18김홍걸씨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4∼5월말청와대 참모 등 송정호 법무장관에게 수십차례 전화 걸어 홍업씨 선처 부탁6.21김홍업씨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