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이자율이 상당히 낮아졌는데도 신용카드 할부서비스나 현금서비스의 금리는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 당국도 카드사들이 자발적으로 적정한 수준으로 금리를 낮추지 않는다면 전문기관으로 하여금 카드회사의 자본조달 원가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한 수준으로 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정부가 신용카드 금리를 강압적으로 낮추려고 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큰 효과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신용카드사들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표면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시늉을 하겠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유효가격을 조절할 것이기 때문에 정책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즉 선취수수료 부과, 누적 마일리지, 구매 디스카운트, 연회비 차등화, 보험서비스 제공 등 비가격적 요소를 활용해 카드사의 가격상승 효과를 만회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의 높은 금리가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한 것인데도 정부가 강압적으로 금리 인하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많은 신용카드사가 부실화될 것이며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용도가 낮은 거래자들과의 거래를 단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신용도 소비자들은 고금리의 사채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어 경제적 부담이 훨씬 커진다.
카드사의 고금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의 규제나 간섭이 아니라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즉 신용카드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만약 현재의 고금리가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한 것이라면 카드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려는 사업자가 많지 않을 것이고 초과 이윤을 반영하고 있다면 많은 신규사업자가 진입해 이익을 보려하기 때문에 금리가 적정수준까지 낮아질 것이다.
보다 많은 신규카드사의 참여로 카드 금리가 인하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가 있다. 그것은 회원의 신용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서 카드사에 객관적인 신용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소비자 신용평가기관(CB·Credit Bureau)’의 설립이다. 신규카드사들이 CB가 제공하는 회원의 신용등급에 따라 적절한 대출금리를 매기다 보면 현재 대부분의 기존 카드사가회원의 신용도보다 회사에 대한 기여도에 더 비중을 두어 신용등급을 책정하고 거기에 따라 대출금리를 책정하는 거래관행이 큰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기존 카드사의 회원들이 더 나은 금리 조건을 제시하는 카드사로 멤버십을 쉽게 바꾸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카드사의 진입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카드사들의 각종 서비스 금리(또는 수수료)에 관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관련기관이 카드사에 관한 정보 제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즉 소비자와 카드사 상호간에 서로의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준다면 시장경쟁을 통한 금리인하가 가능한 것이다.
박상수 경희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