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함북 청진 출신이지만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북한)을 조국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6·25 전쟁 당시 인민군 장교로 참전했던 인도 한인회장 현동화(玄東和·70·사진)씨가 재외동포재단 주최로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세계 한인회장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9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50년 10월 강원 화천전투 당시 폭탄 파편에 맞아 큰 부상을 입은 뒤 부대를 이탈, 국군에 귀순한 반공포로 출신이기도 하다.
“가족이 강원 금화에 살고 있었는데 휴전선이 갈린 걸 보니 금화는 이북 땅이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공산주의는 싫고 가족도 없는 가난한 남한도 싫어 제3국을 택했습니다.”
당시 한국보다 잘 살던 인도에서 ‘못 사는 한국 출신’이라고 멸시를 받으며 착실히 돈을 모은 현씨는 69년 수소문 끝에 가족이 서울에 살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한국 땅을 밟았다.
다시 와서 본 한국은 많이 발전해 있었다. 현씨는 이후 인도와 한국을 잇는 무역회사를 차려 돈을 벌었다.
그는 한국을 못 잊어 딸 민영씨(30)와 아들 유진씨(29)를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도록 했다. 민영씨는 현재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고 유진씨는 컴퓨터 게임 벤처회사를 차려 운영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이 자리에 와 있지만 인생은 결국 운명지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반공포로 출신이 인도 한인회장 자격으로 서울에 올지 누가 알았겠어요.”
남한을 조국이라고 생각하는 현씨는 그러나 현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통제된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 내야한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북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게 없어요. 남한이 너무 앞서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을 제대로 알고 거기에 상응하는 정책을 세워야합니다. 북이 말만 하지 언제 행동하는 거 봤어요?”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인도에서 관광회사와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현씨는 “남한의 일부 젊은이들이 북의 사회주의 사상을 동경하지만 북한의 젊은이들만큼 남쪽의 ‘자유’를 동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