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긋나는 것일까.
미국영화협회가 최고의 애정영화로 꼽은 ‘카사블랑카’의 압권은 남녀 주인공이 이별하는 장면이다. 안개 낀 공항에서 버버리 코트깃을 세운 릭(험프리 보거트)은 사랑하는 일자(잉그리드 버그먼)를 남자답게 떠나보낸다. 연인들의 심경이야 이들의 기구한 인연만큼이나 복잡했겠지만 마지막 대화는 간단했다.
일자:잘 있어요(Goodbye) 릭. 신의 가호가 있기를….
릭:서두르시오. 비행기 놓치겠소.
가위손을 가진 인조인간과 실제 인간의 초현실적인 사랑을 그린 영화 ‘가위손’. 주인공 에드워드(조니 뎁)와 킴(위노나 라이더)에게 허락된 이별의 순간도 길지 않았다.
에드워드:안녕(Goodbye).
킴:사랑해.
결코 무섭지도 무겁지도 않은 귀신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죽은 남편의 귀신 샘(패트릭 스웨이지)과 그의 부인 몰리(데미 무어)는 다소 가볍게 작별 인사를 나눈다.
샘:잘 있어(See ya).
몰리:잘 가(See ya. Bye).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7일 네덜란드행 비행기를 타기 전 인천공항에서 “So long”하고 작별을 고했다. “so long은 goodbye와는 다르며 이는 다시 올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실제로 영미권에서는 ‘so long(see you와 같은 뜻임)’과 ‘bye’를 히딩크처럼 구분해서 쓰지는 않는다. 영국문화원의 브랜든 바커 부원장은 “goodbye가 so long이나 see you에 비해 격식을 차린 인사말이기는 하지만 어감의 차이는 없다”고 설명한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see you’를 쓰고 내일 만날 사이라도 ‘bye’를 쓴다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관용어로 굳어진 인사말 ‘See you again’을 글자 그대로 마음에 새겨 ‘So long’이라는 인사말을 골랐나보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히딩크 감독에게 ‘협회 기술자문역’을 맡길 예정이라고 하니 영원한 이별은 아니라는 히딩크의 언약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영어권 사람들이야 어떻게 쓰건 간에 6월의 감동을 경험한 한국인들은 히딩크식 영어 풀이를 따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Mr. Hiddink, I don’t want to say goodbye. So long!”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