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멈춰섰다. 모터가 꺼졌다. 골목길 찾아가듯 구불구불한 강줄기를 따라 도착한 아마존 정글의 한 복판.
문명의 소리가 사라지자 갑자기 사방이 고요해졌다. 돌연한 적막에 모골이 송연해지는 순간, 가이드의 나지막한 한 마디가 울려퍼졌다.
“지금부터는 아마존 정글 여행에서 가장 귀중한 시간입니다. 이 여행의 이름이 ‘silence trip’으로 돼 있지만 사실은 ‘sound trip’이니까 잘 들어보세요.”
이 천근 같은 침묵 속에서 소리를 들어보라고? 잠시 후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앞뒤가 분간되지 않는 어둠 속에서 벌레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한둘이 아니었다. 벌레들의 소리 사이사이로 짐승들의 소리도 묻어왔다. 그랬다. 새벽녘 잠을 깼을 때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시계의 초침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처럼, 그렇게 서서히 소리들이 커져갔다.
조금 전의 고요하고 적막했던 주변은 갑자기 귓전을 때리는 소음들로 난장판이 돼 버렸다. “누가 리모컨으로 밀림이라는 오디오의 볼륨을 높인 것 같군.” 신음하듯 곁에 앉은 누군가가 나직이 말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가이드가 어둠 속에서 흰 이를 드러내며 빙긋이 웃었다.
“지금 이 밀림 속에서 들려오는 저 소리들이 몇 가지나 될까요. 온갖 짐승과 새, 벌레, 나무와 풀이 제각기 ‘나 여기 있소’ 하듯 소리를 질러대고 있죠. 믿기 힘드시겠지만 그 소리는 3700가지 정도입니다.”
감탄한 일행의 수군거림은 “우와”하는 외마디 탄성에 얼어붙었다. 탄성을 내지른 이는 상반신을 배 밖으로 내밀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같은 모양새로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드는 순간, “흡” 잠시 숨이 멎었다.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까만 하늘을 뒤덮은 수많은 별들이 내게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쏟아진 별들은 한 차례 내 몸을 훑고 지나갔다. 감전이라도 된 듯 온 몸이 저려왔다.
96년 페루에 있는 아마존의 관문 이키토스에서 배를 타고 출발한 아마존 정글의 ‘사일런스 트립’. 거기서는 문명으로 분류되는 것들만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었다. 그것들을 잃은 대신 살아있는 아주 작은 생물들까지의 호흡을 들었고 내 머리 위의 하늘을 발견했으니 사운드 트립이자 스타 트립이었다.
뉴욕의 마천루 아래서 바삐 발걸음을 옮기다가 아마존의 소리와 별을 떠올린다. 삶을 깨우는 원시의 위대한 힘이여….
김경달·미국 NYU 대학원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