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요즘 낮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노메달에 그친 남자 공기 소총의 부진은 시차 적응 실패라는 코칭스태프의 자체 진단이 있을 정도.
대회가 열리는 핀란드 라티에 머문 지 벌써 1주일 이상이 지났으니 달라진 시간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컨디션 난조는 다름 아닌 핀란드의 백야가 신체 리듬을 뒤흔들어놓았기 때문.
북위 80도에서 70도 사이에 위치한 핀란드는 7월 중순인 요즘 일조 시간이 무려 20시간 가량 된다. 해가 좀처럼 질 줄 모르다. 오후 11시가 넘으면 노을이 찾아들고 자정이 가까워야 비로소 어둑어둑해진다. 또 깜깜해져 잠이 들만하면 어느새 동이 훤하게 튼다. 시계를 보면 오전 4시.이번 대회에 참관을 온 갤러리아 송희성 감독은 “저녁때는 시계를 안 보면 도무지 시간을 짐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숙소에서 야근을 하는 핀란드인 직원에게 하는 ‘굿나잇’이라는 인사말이 무색할 정도.
평소에는 잠 잘 때인데도 창 밖을 보면 햇볕이 내리 쬐니 취침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무리 커튼을 치고 침대에 누워도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 선수들의 하
소연. 사정이 이렇다보니 잠이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 자기와의 싸움이라는 사격이지만 선수들은 북유럽의 짧은 밤이라는 만만치 않은상대와 한판 대결이라도 하고 있는 듯 하다.
라티(핀란드)〓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