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 개각은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인재 풀’의 한계를 보여준 동시에 다시 한 번 ‘인사 편식’ 시비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불과 1년2개월 전에 물러난 김정길(金正吉) 전 법무부장관을 재기용한 것이나 김성재(金聖在) 전 민정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문화관광부장관으로 발탁한 것, 김진표(金振杓)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국무조정실장으로 승진 기용한 것 등은 결국 ‘내 사람’에 의존하는 김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가운데 김 법무장관의 재기용에 대해서는 아예 ‘대안 부재’를 솔직히 말하는 사람도 있다. 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DJ는 김 장관을 인간적으로 가깝게 여기고 있다. 일을 잘하면서도 자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솔직히 정권 말기인 데 아무나 데려다 놓았다가 사고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돌고 도는’ 인사 스타일은 김 장관의 경우가 처음도 아니다. 올 1·29 개각 때는 신국환(辛國煥) 산자부장관을 10개월 만에 같은 자리에 재기용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참모들의 진언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인사일 것이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올해 초 1·29 개각 때 입각을 고사해 파문을 일으켰던 이상철(李相哲) KT사장이 결국 정보통신부장관에 발탁된 것도 ‘한번 마음먹으면 끝내 관철하는’ DJ의 고집스러운 인사 스타일을 보여준 대목이다.
당시 청와대 측은 “(이 사장이) 입각제의를 고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시중에는 “정권 말기 장관 입각이 별 실익이 없어 장관직을 고사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따라서 이번에 이 사장을 기용한 것을 놓고 이런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분분하다.
한편 이번 개각으로 청와대에서 DJ를 보좌하다 내각에 진출한 장관급 인사는 대통령비서실장 출신의 전윤철(田允喆) 경제부총리, 이상주(李相周) 교육부총리를 포함해 모두 4명으로 늘어났다. 다만 복지노동수석비서관 출신인 이태복(李泰馥) 보건복지부장관은 이번 개각에서 ‘방출’됐다.
이런 DJ의 인사스타일에 대해 ‘임기말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이해하는 시각도 있지만 ‘ 세간의 비난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고집대로 하겠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더 많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