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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대우차 부평공장 "생산성 GM 눈높이에 맞춰라"

입력 | 2002-07-12 18:21:00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내 승용1공장 직원들이 차량조립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제공 대우자동차]


요즘 대우차 부평공장(29만평)은 거대한 ‘수험장(受驗場)’이다. 7000여명의 생산직과 사무직 근로자들은 가족의 생계가 걸린 시험을 치르고 있다. ‘문제’는 공개돼 있다.

‘생산성 매년 4% 이상 향상, 품질은 제너럴모터스(GM) 전 세계 공장의 평균 이상, 노사분규 시간은 평균보다 적을 것, 3개 공장이 주야간으로 가동될 것.’

GM은 4월 대우차 군산공장과 창원공장만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부평 공장은 GM이 밝힌 4개 조건을 통과하면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부평공장이 제외된 것은 경쟁력이 떨어지고 노사분규가 너무 잦다는 이유 때문. 8월말 GM-대우 오토테크놀로지가 출범하면 부평공장은 완성차를 GM에 납품하는 일종의 협력업체가 된다.

11일 오전 공장내부로 들어서자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근로자들이 슬리퍼를 신고 일하거나 부품과 작업도구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1년 전의 산만한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작업도중 공장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거나 점심시간 30분 전에 식당으로 몰려가던 풍경도 사라졌다.

조립라인의 강희원씨(40)는 “각자 맡은 공정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며 “입사 15년 만에 이렇게 ‘엄숙한 마음’으로 일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분임조 활동을 기록한 게시판에 ‘생사초월 필사즉생(生死超越 必死卽生·생사를 뛰어넘어 죽고자 하면 산다)’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 과장된 문구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직원들의 현재 상황을 떠올리자 이해가 됐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깨끗해진 공장 환경. 새까맣게 먼지가 끼었던 유리창도 새로 갈아 끼운 것 같았다. 공장 바깥에도 담배꽁초 하나 없었다.

“품질이 좋으려면 우선 공장이 깨끗해야 하고 환경이 좋아야 일하는 자세도 달라진다”는 한익수 공장장(상무)의 호소를 근로자들이 받아들인 것. 각자 책임구역을 정하고 공장 내부는 물론 공장 바깥에도 날마다 청소를 한다.

아직 신바람 수준은 아니지만 희망이 조금씩 커져가고 있다. 작년 한해 생산성이 5% 이상 향상됐고 품질결함률이 40% 이상 줄었다. GM-대우 오토테크놀로지가 사무실을 부평으로 정한 것과 관련, “GM이 부평공장 인수를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익수 상무는 “GM측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부평공장의 품질이 GM의 전 세계 공장 중 중상위에 해당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GM이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실시하면 판매가 늘어나 현재 주간 8시간 공장 가동도 일부 해고 근로자를 재고용해 주야간 16시간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GM측도 부평공장의 변화를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GM의 한 관계자는 “근로자들의 인식전환, 품질과 생산성 향상에 만족하고 있다”며 “다만 본사에서 노사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아직도 갖고 있어 인수결정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근 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사실상 GM 인수 이외에 생존의 길은 없다”며 “노조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