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시대에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한국 국적을 버리고 그 나라 국적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편협한 사고를 가질 필요는 없다. 해외근무 연수 유학이 많은 터에 미국에서 출생한 아이들이 성년이 돼 자유 의사에 의해 미국 국적을 선택하는 것은 비록 권장할 일은 아닐지라도 국수주의적 잣대로 비난을 퍼부을 일은 아니다. 대학 학비 절약을 위해 미국 국적을 선택하는 경우 등 현실적인 이유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상(張裳) 총리서리가 아들의 미국 국적 취득 경위에 대해 해명한 내용은 일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국적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솔직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장 총리서리의 경우 원정 출산을 한 것도 아니고 부부가 미국 유학 중 이루어진 출산이기 때문에 아들의 미국 국적 취득 경위 자체가 시빗거리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 국적 포기가 병역 의무와도 관련되기 때문에 국민 일반의 감정은 고위 공직자 자녀나 인기 스타의 미국 국적 취득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특히 공인에게는 더 높은 국가 충성도와 윤리적 기준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장 총리서리가 이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는 “아들이 3세 때인 77년 귀국하자 법무부가 국적을 빨리 선택하지 않으면 의법 처리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와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3세 유아에게 국적을 당장 선택하라고 강요한 일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어 석연치 않다. 장 총리서리가 “총리가 될 줄 모르고 그랬다”고 말한 대목은 오히려 솔직한 편이다.
장 총리서리의 아들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회복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부모와 당사자가 협의해 결정할 일이다. 다만 국무총리가 되려는 사람은 국민 앞에서 진실을 얘기하고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옳다. 그의 말대로 ‘옥에 티’를 더 큰 문제로 키우지 않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