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공무원 노조의 조기 합법화 문제를 15일 전격적으로 들고 나온 데는 무엇보다 6·13 지방선거 참패로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를 한나라당이 장악한 데 대한 위기감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이 문제를 보고한 김성순(金聖順) 지방자치위원장도 이 점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조기합법화의 근거로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함께 6·13 지방선거 결과 수도권과 영·호남 등 대부분의 지역이 '1당 체제'가 돼있다는 점을 들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를 특정 정당이 동시에 장악함에 따라 단체장에 대한 의회의 견제가 불가능해진 만큼 단체장의 인사전횡을 방지하고 인허가 등과 관련한 부당한 압력을 배제할 수 있는 통제장치를 공무원노조의 조기합법화에서 찾자는 게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이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서 공무원 노조의 조기합법화 전망은 미지수다.
한나라당은 8·8 재·보선과 연말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이 문제를 꺼낸 데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나라당측은 또 공무원 노조가 대외시장 개방과 자유무역지대 설정 등 굵직한 국가적 경제 현안의 처리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들어 의료 교육 분야에서 무턱대고 개혁정책을 밀어 붙이다가 엄청난 혼란만 초래했다. 개혁도 좋지만 준비와 대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나선 민주당도 독자적으로 법안 제정을 추진할 의지는 그다지 강하지 않은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우리 당의 문제제기는 노사정 위원회에서 연내 입법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만큼, 정부가 서둘러 법안을 제출하되 시행시기를 내년으로 앞당기자는 촉구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민주당의 문제 제기는 정부(2006년 시행)와 노동계(2003년 1월 시행)의 주장 중 노동계쪽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되겠지만 최종 방향은 노사정위원회의 협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