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기자의 집으로 서울 용산구 서빙고역 부근에서 교통신호를 위반했다는 범칙금 통지서가 자동차 사진과 함께 날아들었다. 그 이후 출근길엔 서울 도심 방향 동작대교 위에 설치된 과속단속용 카메라와, 종로1가 SK텔레콤 본사 앞 버스전용차로 단속반원의 비디오카메라가 유난히 신경 쓰였다.
카메라로 상징되는 감시의 눈이 사회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포상금을 노린 파파라치형 촬영자나 서울시 공무원이 그들이다. 이젠 운전자들은 ‘누군가로부터 관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둬야 하는 세상이 됐다.
백화점 직원, 이동통신 대리점 사원, 은행 콜센터 직원, 신용카드 모집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일부 백화점은 시장조사 전문회사에 의뢰해 점원들이 상품지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웃는 얼굴로 고객을 맞이하는지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점수를 매긴다.
어느 카드회사는 지난달 ‘우리 회사는 직원을 고객으로 가장시켜 카드 모집인이 규정을 잘 지키는지를 살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까지 돌렸다. ‘직원들 지켜보기’가 회사의 이미지를 높여주는 홍보수단으로 활용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렇다고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처럼 ‘빅 브러더’가 세상을 감시하는 세상이라 단언하기도 뭣하다. 오웰이 내다본 것은 국가권력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감시하는 세상이었다. 반면 지금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관찰대상이 된 직원들은 어떤 생각일까.
7월 초 서울 강남지역의 한 백화점 창구에서 만난 직원은 “힘들어 죽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세일기간에 밀려드는 고객의 이런저런 질문에 하루종일 선 채로 웃음 지으며 대답할 천하장사는 없다”면서 “하지만 내가 고객 자격으로 다른 백화점을 둘러보면 자기점검 노력을 하는 업체일수록 서비스가 좋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좋건 싫건, 옳건 그르건 세상은 ‘제3자의 관찰’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승련기자 경제부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