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金弘業) 전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의 비자금에 대한 검찰의 보강 조사는 홍업씨가 전현직 국가정보원장과 기업에서 받은 돈의 출처와 사용처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찰은 우선 전현직 국정원장이 홍업씨에게 준 돈과 국정원이 연구용역비로 지급한 돈이 과연 문제가 없는 돈인지, 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전달됐는지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수사 결과 홍업씨는 99년부터 임동원(林東源·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 전 국정원장과 신건(辛建) 현 원장에게서 각각 2500만원과 1000여만원을 ‘명절 떡값’ 등의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0년 2월 아태재단이 H통신과 H전자에서 용역을 받아 작성한 ‘북한 실태 연구보고서’를 제공하고 국정원 예산 4500만원을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은 국정원 자금의 규모가 크지 않고 대가 관계를 입증할 수 없어 홍업씨 범죄 혐의에 이를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보강조사를 통해 홍업씨가 받은 돈의 규모가 늘어날 경우 대가성이 없어도 조세포탈 혐의를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국정원이 홍업씨에게 전달한 돈이 어떤 예산에서 지출된 것인지도 관심사다. 전현직 국정원장이 개인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지만 국정원 예산을 불법으로 전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 경우 국가예산을 대통령 아들에게 준 셈이 돼 또 한 차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홍업씨에게 지급된 연구용역비는 사안의 성격상 국정원의 대북 관련 사업 예산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 홍업씨가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에게서 16억원을, 삼성그룹에서 5억원을 받은 것 이외에 다른 대기업에서 받은 돈이 없겠느냐는 것도 남은 의문점이다.
검찰은 “홍업씨가 기업에서 돈을 받을 때 매우 정교한 세탁 과정을 거치거나 현금으로 받아 추가로 금품 수수 사실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고 밝혀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마무리 단계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홍업씨 비자금에 대한 사용처 조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면 다른 기업에서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