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8·8 재·보선 공천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당 전열을 본격적인 재·보선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낙천자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등 공천후유증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15일 최고위원회의와 당무회의를 열어 13개 재·보선 지역중 미공천지역인 5개 지역구의 후보자 확정을 마무리했다.
서울 종로에선 박진(朴振) 전 대통령정무비서관이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박계동(朴啓東) 전 의원을 따돌리고 후보자로 확정됐다. 서울 영등포을은 서울지검 부부장검사를 지낸 권영세(權寧世) 변호사가 최종 낙점됐다.
당의 한 관계자는 “서울에선 후보자의 참신성과 전문성 등이 적극 고려됐다”고 말했다.
부산진갑에는 김병호(金秉浩) 전 KBS보도본부장이, 경남 마산 합포는 막판에 김정부(金政夫) 전 서울중부국세청장이 각각 공천됐다. 또 전북 군산엔 조충렬(趙忠烈) 지구당 조직위원장이 후보자로 결정됐다.
영등포을에서 공천경합을 벌였던 이신범(李信範) 전 의원은 이에 대해 “당내에서 나의 역할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아서 당혹스러웠고 절망했다”며 “앞으로 부패청산을 위해선 어떤 세력과 손잡을 수 있다”고 탈당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전 의원은 16일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또 마산 합포의 김정부씨는 국세청 시절 세풍(稅風)의 주역인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차장과 절친하게 지낸 인물이라, 공천 직후부터 당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당 지도부는 상당수 공천 탈락자들의 탈당 및 무소속 출마 가능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금천의 경우 김기영(金箕英) 전 서울시의회 의장이 최근 “공천 결과에 관계없이 출마할 것이다”고 밝힌데다가, 서울 종로 출마를 바라는 정흥진(鄭興鎭) 전 종로구청장도 당 공천여부에 상관없이 출마할 태세다. 경기 하남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손영채(孫泳彩) 전 하남시장 지지자들도 당 공천 결정에 반발, 집단 탈당 불사를 외치고 있다.
또 아직 공천심사가 진행중인 광주 북갑과 전북 군산에서도 일부 공천 신청자들이 “공천을 받지 못하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공언하는 등 상당수 지역에서 공천 후유증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종로의 경우 한나라당이 박진 전 대통령정무비서관을 공천함에 따라 유인태(柳寅泰) 전 의원의 공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 전 의원은 “한나라당이 박계동 전 의원을 공천하면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과 박 전 의원은 구 민주당내 소장개혁파로 절친한 사이.
광주 북갑과 전북 군산은 15, 16일 두 기관이 별도로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천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 재·보선 특대위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를 넘는 1위가 나오면 그 신청자를 공천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