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는 게페르트 신부님의 평생에 걸친 꿈과 땀이 배어있는 학교입니다. 신부님은 언제나 한국에 가서 대학을 세우고 인재를 키워내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3일 일본 도쿄(東京)의 로욜라 하우스에서 98세를 일기로 선종(善終)한 서강대 초대 이사장 테오도르 게페르트 신부(사진)의 일본 조치(上智)대 교수 시절 제자인 김수환 추기경의 회고다. 김 추기경은 스승에 대해 “사제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자상한 분이었고 특히 한국 유학생들에게 깊은 애정을 보이셨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또 “신부님은 ‘자기만의 도서관을 가지라’며 좋은 책을 많이 읽을 것을 권하셨다”며 “한국에서 다시 만나 신부가 된 나를 보고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고인은 ‘진리에 순종하라’는 성서의 말씀을 평생에 걸쳐 실천한 성직자이자 교육자였다.
독일 베스트팔렌에서 태어난 고인은 1923년 네덜란드 헤렌버그에서 예수회에 입회한 뒤 1933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는 독일 베를린 동방신학원에서 일본어를, 더블린에서 신학을 각각 수학했고 1940년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경제학과 수학박사 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학문 연구에도 열정을 쏟았다.
1954년 한국을 처음 찾은 고인은 서강대 설립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수차례 면담한 끝에 대학 설립 인가를 받아내 1960년 4월18일 서강대를 개교한 뒤 엄격한 학사관리와 우수 교수 유치 등을 통해 명문 사학의 기틀을 다졌다. 고인은 서강대 초대 이사장으로 독일 예수회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등 학교 살림을 챙기면서 교수로 직접 강단에 서서 독일어를 가르쳤다. 그의 노력이 바탕이 돼 서강대는 3만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명문대로 발전했다. 고인은 61년 한국을 떠나 타계하기 전까지 줄곧 일본에 머물며 조치대 경제학과 교수 겸 기숙사감 수도원장 등을 지냈다.
고인의 유해는 18일 오후 1시 빈소가 마련된 서강대 이냐시오관 다목적실에 도착하며 19일 오전 11시 이곳 성당에서 김수환 추기경 집전으로 장례미사가 열린다. 유해는 화장된 뒤 서강대 교내에 안치될 예정이다. 02-705-8202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