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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토론마당]교통벌점 감면조치

입력 | 2002-07-16 18:55:00


▼여론 수렴없이 사면 국민화합 효과 의문▼

정부는 월드컵 4강 신화의 기념과 서민생활 불편 해소 차원에서 교통법규 위반자 벌점 특별감면 조치를 시행했다. 물론 사면권의 행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사면의 경우 전 국민의 화합을 이끌어 내는 데 충분한 타당성이 있는가 하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 현 정부의 임기말에 이러한 사면조치가 보편성에 위배돼 선심성 시비를 어떻게 분명하게 해소시킬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서민생활의 불편 해소로 도리어 준법정신의 엄정한 집행이 깨어지므로 일관성없는 현실이 더욱 불편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의 사면조치는 음주운전과 같이 교통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어 국민 누구나 환영하지 않는 경우까지 포함시킴으로써 향후 엄정한 법 집행과 ‘만인은 법 앞에서 공평하다’는 법정신에 위배되는 조치라고 생각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행정부의 사면조치는 그 사면집행 전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여론 수렴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병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언젠가는 풀어준다” 法무시 풍조 우려▼

법규를 위반하고도 사면되리라는 허황한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면 심각한 사회문제다. 481만여명이라는 규모도 그렇지만 월드컵 4강 신화에 편승해 국민화합과 국운융성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는 사면 취지도 너무 거창했다. 물론 본의 아니게 법규 위반자가 된 경우나 면허가 생계와 직결되는 절박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로 봐서는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사면은 법의 존엄성과 엄격함에 흠을 주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은혜를 베푸는 도구로써 사용되는 인상은 경계해야 한다. 벌써 국민의 정부 들어 두 번째 사면이다. 대선용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무엇보다 위법에 대한 책임과 준법정신의 퇴조가 우려된다. 걸려도 언젠가는 풀어준다는 위험한 의식의 만연이 그것이다. 많은 인원과 행정력을 동원해 교통법규 위반자를 단속할 때는 무슨 명목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음주운전을 비롯한 고질적인 위반자는 선별할 필요가 있었다. 아울러 사면 후 재발자에 대한 가중처벌도 경고했어야 했다. 단속경찰에게 ‘풀어줄 걸 왜 단속하느냐’고 비아냥거리는 장면이 연출되지 않을까 싶어 씁쓸해진다.

이용호 경남 사천시 선구동

▼교통법규 강화도 시원치 않을 판에▼

나는 운전경력 10년이 지났을 때 자신만만해져 교통사고는 남들이나 내는 것이겠지 하고 생각하다가 예기치 않은 일로 큰 교통사고를 내고 가해자 입장에서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정말 그때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힘들었으며 그 일로 60일간 면허정지를 당했고 아직까지도 벌점 80점이 남아 있다. 그 가혹한 벌칙이 그때는 상당히 견디기 어려웠지만 나에겐 상당한 교훈을 주어 철저한 준법정신을 갖게 했고 지금은 성숙한 운전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그런 경험을 지닌 사람으로서 현 정부가 애매한 시기에 교통법규위반자에 대해 대규모 사면을 하는 것을 보고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사면이 뺑소니 음주운전 등 위법행위의 수위 조절 없이 행해진 것은 도대체 법을 지키라는 것인지, 요행을 바라라는 것인지 헷갈린다. 명분은 월드컵 4강 기념이라고 하나 월드컵 4강을 이룬 나라라면 오히려 교통사고 다발국이라는 오명을 하루 빨리 씻을 수 있도록 더욱 준법정신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충섭 bulsan2k@orgio.net

▼뺑소니-음주운전마저 용서해서야▼

도로교통법 위반자의 벌점 등에 대한 특별감면조치에 찬성한다. 한 순간의 실수로 면허취소가 된다면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고 또 운전면허가 없어 생활에 지장을 받는 서민들이 있을 것이므로 사면조치는 매우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많은 모범적인 운전자에겐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형평성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고의성이 많은 음주운전자 및 뺑소니 운전자까지 사면시켜 주었으니 그런 운전자들은 또 다시 사면을 예상하며 난폭한 운전을 일삼을 것이다. 그 결과 도로는 더욱 무질서해지고 보행자들도 마음놓고 다닐 수 없게 될 것이다. 법을 지키며 살아온 대다수 선량한 국민은 이번 조치로 인해 법을 지킴으로써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법을 어겨도 시간이 지나면 사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누가 힘들게 법을 지키며 살아가겠는가. 시행 전에 신중하게 검토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게 경미한 운전자와 부득이한 사유의 운전자만 사면대상에 포함시켰어야 했다.

오선옥 전북 순창군 인계면 도룡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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