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포즈를 취한 마앤 조니시오 - 변영욱기자
《“세살된 아들이 내 삶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의외의 답변이었다. 최근 내한공연 중인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에포닌 역을 맡고 있는브로드웨이 배우 마앤 조니시오(29)는 스스로를 ‘독신 엄마(Single Mammy)’라 부른다. 미혼모로 아빠없이 키우는 아들 니콜라스가 ‘뮤지컬보다 소중한 존재’라고 말한다. 외국 공연때도 꼭 아들을 데리고 다니는 그는 이번에도 아들과 함께 서울에 왔다. 공연이나 연습 시간외에는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 아이 아빠는 함께 활동했던 호주 출신 뮤지컬 배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2번의 인연▼
그는 1996년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을 찾았다. 두 번 모두 ‘레미제라블’의 에포닌 역을 맡아 내한했고, 지난 16일에는 서울에서 생일을 맞았다. 그는 “공연 스태프들로부터 장미꽃 스물아홉송이를 선물받았다”며 “얼마전 영화를 보러갔다가 표가 매진돼 돌아오려는데 택시기사가 영화관 관계자로부터 공짜표를 받아준 것이 인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레미제라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장발장 코제트 마리우스다. 하지만 극중 에포닌은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다. 파렴치한 사기꾼인 테나르디에 부부의 딸로 마리우스를 짝사랑하지만 혁명군으로 활동하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조니시오가 열창하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발라드곡 ‘나만의 사랑(On My Own)’은 그래서 더더욱 애잔하다.
“사랑을 위해 뭐든지 줄 수 있다는 에포닌의 희생은 한없이 슬프죠. 저 역시 그런 상황이면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을 걸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5년이나 주연을 맡았던 ‘미스 사이공’의 킴 역도 비련의 여인이었네요.”
▼ 장발장과 뮤지컬 듀엣 음반 발매▼
뮤지컬 경력 10년차인 조니시오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그리스’의 샌디, ‘조지와 공원에서 함께 한 일요일’의 도트 역 등 굵직한 작품의 주연을 맡았다.
필리핀 출신의 캐나다 이민자였던 그는 원래 치과의사가 꿈이었다. 하지만 그의 노래 실력을 눈여겨 본 뮤지컬 관계자에게 캐스팅 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1993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미스 사이공’에 데뷔하며 일약 뮤지컬 스타가 됐다.
“얼떨결에 뮤지컬 배우가 됐고 쉴틈없이 일했죠. 2년전엔가 몇 개월을 쉬면서 ‘이게 내 길일까’ 고민한 적도 많았어요. 그러나 내 노래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나긴 방황을 끝냈죠.”
그는 함께 공연 중인 장발장 역의 랜달 키스와 올 가을 뮤지컬 듀엣 음반을 발표한다. ‘레미제라블’ ‘캣츠’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 ‘명성황후’ ‘살짜기 옵서예’ 등 국내외 뮤지컬 히트 넘버를 수록할 예정이다.
▼아들 따라다니는 게 운동▼
그는 하루 2회 공연이 있는 날은 밥 먹고 공연하고 잠자는 게 전부다. 1회 공연일 경우 시내 구경과 TV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성대 보호를 위해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말을 아낀다.
그는 “뛰고 걷고 배드민턴 요가 필리핀 전통춤 등으로 체력을 관리한다”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들을 쫓아다니는 게 특별한 체력 관리 비법 중 하나”라며 환하게 웃었다. 뮤지컬 배우 지망생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천부적 재능보다 무슨 일이든 확신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조니시오는 세종문화회관에서 8월4일까지 계속되는 ‘레미제라블’ 공연이 끝나면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10월 막을 올리는 뮤지컬 ‘플라워 드럼 송’ 준비에 들어간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