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금고 털이나 돈가방이 등장하는 영화에는 돈을 놓고 엇갈리는 운명이 등장하게 마련. 올해 3월 개봉된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는 돈가방을 놓고 각각의 캐릭터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기도 했다.
‘하드 캐쉬’는 깔끔한 이미지의 발 킬머와 크리스찬 슬레이터를 엇갈리는 운명의 종착역에 세운 액션 영화. 상황은 이렇다. 재주많은 도둑 토마스 테일러(슬레이터)는 출소 후 새 인생을 꿈꾸며 마지막 한탕을 노린다. 일당을 모은 그는 경비가 허술한 경마장 장외 발매소를 털어 돈가방을 탈취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 가방의 주인공은 타락한 FBI요원 코넬(킬머). 수사에는 별 관심없는 그는 수사용으로 나온 FBI 돈을 빼돌려 세탁하려 했다. 그런데 사정 모르는 테일러 일당은 이 돈을 빼돌려 다시 세탁에 나서고 코넬은 자기 돈가방을 찾아나선다.
‘하드 캐쉬’는 이렇게 돈가방의 향방을 놓고 벌이는 추격신이 핵심. 하지만 문제는 이 추격신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영화는 방향타를 잃은 채 우왕좌왕한다. 영화 곳곳에서 시트콤을 연상케하는 느슨함도 발견된다. 개봉 직후 평단으로부터 “발 킬머와 크리스찬 슬레이터라는 스타 배우를 두 명이나 내세우고서 한명도 제 역할을 못하게 했다”고 질타를 받았다.
감독은 주로 TV 시리즈를 만들었던 유고의 프레드락 안토니제비치. 15세 이상 관람가. 19일 개봉.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