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 경기 때 심판의 눈을 속이며 선수들이 치고 받는 광경을 목격했을 것이다. 심판이 있어도 그럴진대 만일 축구장에 심판이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가장 속이기 쉬운 스포츠는? 축구가 아니라 골프다. 왜냐하면 심판이 없기 때문.
축구에 비하면 골프는 훨씬 신사적인 스포츠임이 틀림없다. 2개의 규칙만 지키면 된다. ‘자기에게 유리하게 행동하지 않는다’와 ‘있는 그대로의 상황에서 플레이한다’가 그것.
골프 역시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해 경기하고,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샷을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골프는 코스와의 싸움이지 다른 사람과 벌이는 전쟁 같은 경기는 아니다. 이 때문에 심판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자신이나 상대방을 속인 일이 과연 한 번도 없는지. 대다수의 골퍼들은 자신을 속인 일이 적지 않을 것이다. 볼이 디봇(잔디가 팬 자국)이나 러프에 들어가면 꺼내놓고 치고 싶어진다.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이끌고 싶은 것이다. 심지어 스코어도 속이고 싶어진다.
얼마 전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가 미국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4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기중에 상대방을 속인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82%나 됐다. 스코어를 낮추거나 상대방의 볼을 몰래 벙커나 러프에 넣는 등 비신사적 행동을 했다는 것. 골프에서 속임수를 쓰는 사람은 사업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67%)이라는 응답도 있었지만 흥미롭게도 조사대상자의 99%는 개인적으로 정직하게 사업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