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들의 천국 / 이청준 지음 / 459쪽 8000원 문학과지성사
천국(天國)이라는 ‘유토피아’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천국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 혹시 ‘희망’ ‘행복’ ‘상생(相生)’이 천국의 동의어가 아닐까.
작가 이청준은 ‘당신들의 천국’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통해 나와 타인 그리고 우리에게 천국이란 과연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1976년 처음 발매됐을 당시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1980년대 초반 자유를 억압받던 시기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군사정권 시절 시민의 자유를 가로막는 상황에서 독자들은 진정한 천국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 것이다.
‘…천국’은 지금까지 30여만부가 팔렸고 내년 3∼4월경에는 100쇄를 찍을 예정이다. 문학과지성사 측은 “이 작품은 정치적 테마를 담고 있으면서 자유와 이상을 형이상학적으로 풀어낸 것이 시간이 지났어도 계층의 구애없이 지속적으로 읽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천국’의 배경인 소록도는 겉으로는 아름답지만 나환자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들에게 소록도는 ‘갇힌 공간’이며 ‘지옥’이다. 그들에게 희망(천국)은 이 지긋지긋한 섬을 탈출하는 것뿐이다. 소록도 병원 원장으로 부임한 조백헌 대령은 원생들의 목소리를 듣는 건의함 설치와 환자의 자식들과 병원 직원 아이들의 공학 단행, 그리고 농토 확보를 위한 간척공사 등 소록도를 ‘나환자들의 천국’으로 꾸미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조 원장의 의욕은 ‘나환자의 텅 빈 건의함’으로 불신의 벽에 부딪힌다. 나환자들은 원장의 열정을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모습의 철조망”으로 생각한다. 결국 나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와 사랑이었다.
천국의 사전적 의미는 하늘에 있다고 믿어지는 이상적인 세계를 뜻한다. 죽은 자가 가는 세계로 현세 또는 지옥과 대비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신 혹은 우리들의 천국은 사후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이 약육강식의 현실에서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서로를 배려할 수 있다면 천국은 바로 우리 곁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